유럽 인구 절반 가량의 유전자에서 중동인들의 유전적 특성이 발견됐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이는 중동과 근동지방의 농부들이 1만여년 전 유럽으로 이동, 직접 농업기술을 전파해 주었다는 증거로 추정됐다. 5일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런던대학 유니버시티 칼리지(UCL)의 라운스 치키박사는 영국 과학원 회보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유전자와 컴퓨터 분석기술을 이용해 현대 유럽인들의 유전자중 50%가 중동 농부들로부터 물려받았다는 결과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알바니아, 마케도니아,그리스 등 남부 유럽인들에서는 이같은 중동인의 유전자적 특성이 85∼100%에 이르렀고, 프랑스와 독일은 15∼30%로 조사됐다. 치키 박사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유전자인 Y 염색체의 변이, 특히 다형체(多形體)로 불리는 희귀한 돌연변이들(UEPs)을 분석함으로써 유럽인의 유전자와 중동인의 유전자를 비교했다고 말했다. 다른 인종에서 UEPs가 같이 나타나는 것은 유전자 구조의 변화 때문이라기 보다는 공동 조상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인류학계에서는 중동에서 농업이 발생, 1년에 약 1㎞의 속도로 유럽지역으로 퍼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수렵 채취 경제단계였던 유럽에 농사기술이 전해지면서 생활에 큰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농업기술만이 전파됐는지 아니면 당시 중동 농부들이 직접 유럽으로 이동해 갔는지의 여부가 학계에서 논쟁거리였다. 치키 박사는 "고고학자들은 농업이 근동에서 유럽으로 전파됐다고 주장해왔으나 지금까지 그 전파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대기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