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명문 PSV구단의 연고지 아인트호벤과 유럽 최대 전자업체 필립스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아인트호벤이 필립스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인트호벤을 '빛의 도시(lichtstad)'라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늘날 세계 60여개국에서 18만여명의 종업원을 갖고 있는 다국적 기업인 필립스는 1백11년 전 아인트호벤에서 전구회사로 출발했다. 기업명 필립스는 창업자 게라르 필립스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 당시 아인트호벤은 인구가 5천명도 채 안되는 마을에 불과했다. 필립스의 가장 큰 문제는 조그만 마을이 안고 있는 인력의 한계였다. 타지역에서 고급 숙련공을 데려오려 해도 종교와 문화적 차이로 쉽지 않았다. 종교적으로 네덜란드 대부분의 지역은 개신교권이나 아인트호벤은 가톨릭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립스는 교육과 의료시설 확충에 상당한 투자를 했고 종교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연극과 음악 등 문화사업도 지원했다. 1914년 처음으로 연구개발(R&D) 부서를 만든 필립스는 2차대전 직후 지역대학에서 유능한 인재를 공급받기 위해 아인트호벤 공대에 물리학과를 개설했다. 필립스는 자사 중견 엔지니어를 실험교수로 파견하고 학생들이 회사에서 실습하도록 하는 방식을 통해 산.학 협력의 모델을 만들었다. 나아가 타지방 출신 직원들의 여가생활을 돕기 위해 종업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축구클럽에도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인트호벤을 연고로 하고 있는 축구구단의 이름이 PSV(네덜란드어로 Philips Sports Club이란 뜻)인 것도 이같은 역사적 배경에서 유래됐다. 필립스는 PSV 아인트호벤 구단의 소유주는 아니지만 역대 최대 후원자인 것이다. 아인트호벤 시민들도 주저 없이 자신들을 필립스 시민이라 정의한다. 현재 필립스그룹 본사는 암스테르담에 있지만 연구개발부를 비롯 아직도 많은 사업부가 이곳에 있다. 아인트호벤=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