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은 25일 김령성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대표단장이 서해교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장관급회담 개최를 제의하는 전화통지문 내용을 이례적으로 전격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중앙TV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당국 간의 접촉과 회담에 대해 신속하게 보도해 온 만큼 이번 통지문을 통해 남측에 회담을 주동적으로 제의한 내용만을 보도했다면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서해교전과 관련한 유감 표명 내용을 TV로 공식 보도한 경우는 처음이어서 주목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유감 표명은 공식ㆍ비공식 채널을 통해 여러 번 있었으나 그러한 사실이 일반 주민들에게 알려진 예는 거의 없었다. 주민들이 흔히 접할 수 없는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으로만 보도하고 주민들의 생활에 가까이 있는 신문, TV, 유선방송 등 대중매체로는 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 주민들이 청취하는 방송은 `제3방송'으로서 각 가구에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는 유선방송에 의해 전달된다. 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라디오가 있어야만 들을 수수 있어 라디오 소유 가구가 극히 적은 북한에서는 사실상 대외용 방송으로 인식돼있다. 대표적으로 △씨아펙스호 인공기 게양 사건(95.6.27)에 대한 지난 95년 7월 전금철 당시 베이징(北京) 쌀회담 북측 수석대표의 유감 표명 전문 △96년 12월 잠수정 침투사건(96.9.18)에 관한 외교부 대변인의 사과성명도 중앙통신과 평양방송 등으로만 보도되고 신문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사건의 TV 보도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당시 북한에 거주했던 탈북자들은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고 한결같이 증언하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남측에 회담을 제의하면서도 남측의 기대와 요구에 못미치는 수준에 그친 것은 나름대로 다양한 계산과 함께 유감 표명 사실이 주민들에게도 보도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외교관 등 대외관계에 비교적 밝은 고위층에서는 '유감'이란 표현을 사실상의 사과로 인식하고 있다. 그에 비해 대부분의 일반 주민들은 "사건이 발생해 섭섭하다"는 의미일 뿐 사과의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이 전화통지문에서 "쌍방이 앞으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간주한다"고 주장한 것은 체제유지의 근간인 주민 사상교육문제를 신중히 고려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북한 당국이 당초 신문 등을 통해 남측의 도발이라고 주장했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우발' 사건이라고 표현한 점은 남측에 대해 크게 양보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