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개월의 아기를 포함한 민간인 등 15명의 사망자를 낳은 22일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택폭격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은 물론, 유엔과 유럽연합(EU), 이스라엘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까지도 한목소리로 민간인이 거주하는 3층짜리 아파트 건물에 1t짜리 초대형 폭탄을 발사한 이스라엘의 무분별한 공격을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철수와 무장단체 지도자들에 대한 표적암살 중단을전제로 이스라엘 민간인 살상을 중단하겠다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선언으로 평화의 희망이 감돌았던 팔레스타인에는 이제 보복의 결의만이 남게 됐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살상을 "정보 판단의 착오" 탓으로 돌리면서 민간인의 희생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했으나 하마스 무장단체 지도자의 제거를 목표로 한 이번작전 자체에 대해서는 "대성공"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팔레스타인=가자시티에서는 23일 수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행진을 벌이며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생후 2개월된 아기의 시신을 치켜들고 오열 속에 행진했으며 일부 참석자들은 허공에 총을 쏘며 복수를 다짐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역겹고 추한범죄, 인간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학살"이라고 비난했다. 나빌 아부 루네이나 자치정부 수반 보좌관은 무장단체 하마스와 민간인에 대한공격 중지에 관해 합의에 근접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하고 "오로지 더 많은폭력만을 목적으로 하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이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루데이나 보좌관은 또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지하드와 팔레스타인 민주해방전선(DFLP) 산하 무장조직 국민저항여단(BNR),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을 일제히 이스라엘에 대한유혈보복을 다짐했다. ▲이스라엘 = 이번 공격을 직접 승인한 것으로 알려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민간인 피해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작전 자체는 "가장 성공적인 작전가운데 하나"라고 군을 치하했다. 비냐민 벤 엘리저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내각에서 행한 보고를 통해 "우리는 현지 정보를 통해 이번 공격의 대상이었던 하마스 지도자 살라 셰하데 근처에 민간인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민간인 피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작전 담당 책임자인 단 하렐 소장도 "우리는 그같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고위 소식통들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건물 안에 셰하데와 하마스 동료 자하르 살라만 있었던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밝혔다. 소식통들은 셰하데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계획을 작성하고 자폭 테러범들을모집했으며 사정이 수㎞에 달하는 하마스의 카삼 로켓 개발을 주도한 위험인물이었으며 공격 당시에도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을 대상으로 다중 자폭 테러를 계획중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3일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행위에 대해 비난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스스로의 행동이 낳을 결과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그는 이같은 서투른 행동이 평화에 도움이 되지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유감으로 생각하며 부시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이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이스라엘에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지난 7월1일 48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낳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오폭과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플라이셔 대변인은 두 사건을 비교하는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행해진 반면 미국의 정책은 군사작전을 펼칠 때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가능한 한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ㆍEU 등 =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을개탄한다"고 밝혔다. 아난 총장은 "이스라엘은 무고한 인명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법적, 도덕적 책임을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과도하고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로 행위로 규정하고 이같은 "불법적 공격"을 중단하는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자행한 자들을 단죄할 수 있도록 사법공조를 재개할것"을 촉구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ㆍ안보 담당 대표는 안보를 보장하고 자국민에 대한 테러행위를 막기 위한 이스라엘의 권리는 인정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같은 작전은평화와 화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중국도 이스라엘의 공격행위에 대해 비판하면서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아랍권 = 아랍연맹은 22개 회원국 대표들이 팔레스타인의 요청에 따라 25일긴급회의를 갖고 이번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모하메드 수베이 팔레스타인 대표가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인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호스니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행해진 범죄행위들에 대해 가혹한 처벌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흐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이번 공격은 자신들의 집에 있던 민간인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며 어떤 의미에서도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가자시티.워싱턴 AP.AFP=연합뉴스)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