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영의 중요한 단어중 하나가 디자인이다. 기업의 경쟁요소도 가격과 품질에서 디자인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 가는 대표적인 지식산업이 바로 디자인이라는 말이다.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보조수단이 아니다. 제품의 질을 결정하는 필수요소다. 나아가서는 한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따라서 디자인 경쟁력이 뒤떨어진다면 세계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오래전부터 자국의 제품에 대한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디자인의 잠재성을 일찌감치 내다봤기 때문이다. 미국의 IEDA 디자인상, 영국의 브리티시 디자인어워드, 일본의 굿디자인상품선정제,이탈리아 황금콤파스상 등은 이들 국가의 제품이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데 큰 근간이 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1985년 우수산업디자인(GD) 상품 선정이 처음 열렸으며 올해 18회째를 맞았다. 기업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져 올해는 그동안의 상품전중 가장 많은 8백61점이 출품됐다. 제품 분야도 어느 때보다 다양했다. 국내에서도 디자인 경쟁력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부는 앞으로 GD상품에 선정된 업체들에게 혜택을 늘리는 등 디자인 육성책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청이 유망 선진기술기업을 선정할 때 평가점수에 반영된다. 조달청이 시행하는 우수제품선정에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또 정부 정책자금을 지원할 때 우대하며 각종 국내외 전시회에 우선적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조달청의 '정부조달 디자인혁신 선언'에 따라 GD 상품이 조달물자로 우선 구매된다. 따라서 이번 GD 상품 선정에 기업들의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00년 6백85점, 지난해 7백50점에 이어 올해는 가장 많은 8백61점이 출품됐다. 선정대상 분야도 확대됐다. 문화관광상품 및 공예류가 신설됐다. 캐릭터, 환경, 외국상품 디자인 부문이 추가됐다. GD 상품도 국제화되고 있다. 이번 2002 GD 상품 수상작은 지난해에 이어 전기전자 및 통신기기 등의 정보통신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다. 월드컵을 통해서 전세계에 보여준 IT(정보기술) 강국답게 대통령상 및 국무총리상을 포함해 IT 분야에서만 1백27점이 수상했다. 전체 선정상품수(3백30점)의 38.5%를 차지했다. 그만큼 IT 분야가 기술력과 비례해 디자인에서도 탁월한 발전을 보였다는 의미다. 대통령상을 수상한 LG전자의 휴대폰 '싸이언'은 IT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휴대폰 시장에 기술은 물론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자극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최첨단 하이테크 이미지가 젊은 세대에게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큰 액정화면과 우수한 인터랙티브 디자인은 소비자의 사용패턴을 세심하게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각종 멀티 디지털 기능에 더해 2백70도 회전형 LCD창의 독특한 컨셉트와 아이디어는 발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무총리상을 받은 '삼성 DVD 플레이어'도 단순한 기능에서 벗어나 단순하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강조했다. 제품 내부의 부드러운 원형라인과 독특한 버튼 배열구조는 사용자와의 친근한 교감을 배려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귀금속 보석, 생활용품, 가구포장 디자인, 주택설비용 부문에서도 많은 작품이 출품됐고 GD 상품으로 선정됐다. 의료기기 환경디자인 산업기기 부문에서도 GD 상품이 나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특정 연령이나 성별, 라이프스타일, 경제력 등을 겨냥하는 전문화된 디자인이 정착돼 기업이 소비자 중심의 상품개발에 주력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수상작은 24일 경기도 분당 코리아디자인센터 6층 컨벤션홀에서 전시된다. 인터넷 사이트(www.designdb.com)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고경봉.문혜정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