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최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연금이나 투자소득에 의존하고 있는 노령자들의 생계난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NYT는 젊은 투자자들도 증시침체로 인한 투자수익 감소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나 직장을 퇴직하거나 퇴직를 앞두고 있는 노령자들로서는 이같은 사실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68세의 한 퇴직자는 지난 90년대 중반 맨해튼의 주택과 함께 해변에 위치한 별장을 매각, 주식시장에 투자해 이 수익으로 노후를 즐기려는 계획을 세웠으며 실제로 증시상승으로 큰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기술주 붕괴로 인해 450만달러의 투자금을 잃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회복에 기대를 걸었으나 급기야 지난해에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10센트 밑으로 폭락하면서 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신세에 놓였고 최근할 수없이 직장을 다시 얻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증시가 너무 빠른 속도로 올라 자산가치가 크게 늘어났었다"며 "그러나 증시하락도 순식간에 나타나 수십년동안 숱한 고난을 겪어온 나로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최근 부동산회사를 퇴직한 마이애미주의 자코보 블랙(67)씨도 최근 주식투자실패로 엄청난 피해를 입어 수천달러의 저축만을 남겨둔 처지에 놓이자 당초 부인과 함께 대서양 유람선 여행을 떠나려했던 계획을 취소했다. 남편이 최근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퇴직했다고 소개한 50대 후반인 제나 로베트씨는 "당초 생각과는 달리 손자들의 교육에 많은 돈을 내지 못할 처지"라며 "퇴직금이 예전에 비해 절반수준에 그친데다 남편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 모두 GE주식이어서 분산투자가 안돼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55세에서 64세까지 노령인구들의 증시투자 비율이 전체 평균에 비해 거의 두배에 달하고 있어 최근의 증시침체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심각하며 특히 이들은 과거 증시호황기에 생활수준이 크게 높아진 상태여서 충격이 더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젊은 투자자들과는 달리 노령층은 투자감각이 둔해 제때 손절매를 하지 못한데다 향후 손실보전을 위한 대체투자 수단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여서 향후 증시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또 70세 이상의 최고령자들의 경우 주식투자보다는 연금비중이 더 크지만 기업의 연금기금 운용도 증시등락으로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편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수입유지와 생계난 해결을 위해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령층이 크게 늘면서 노령취업률이 최근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퇴직기피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대의 퇴직자 단체인 AARP가 노동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말까지 1년간 55세 이상의 직장인은 전년도에 비해 8.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ARP의 존 로더 정책연구원은 "퇴직할 나이가 됐는데도 안정된 노후생활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남은 선택은 일을 계속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생태행동과학부의 존 색스먼 학장은 "매년 돈을 꾸준히 모은다면 65세쯤에는 은퇴해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었다"며 "그러나 지금 63살이나 되었는데도 당장은 물론 5년간은 더 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와이의 비수익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게일 하비(62)씨는 "물론 증시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문제는 누구라도 하락국면에서 퇴직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