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들의 영양실조가 얼마나 심각한지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단순 소화불량인 어린이가 병원에서 치료를 못 받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오는 5일 서울대 의대 소아과 학술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어린이들의 질병에 대해증언할 여의사 출신 탈북자 김지은(37. 가명)씨는 "북한의 의사는 진단서를 떼어주는 요원에 불과할 뿐 환자를 치료할 여건이 안 되어 있어 도대체 병원이 왜 있는지도 모를 정도"라고 3일 밝혔다. 김씨는 "환자를 살릴 수 없다면 의사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소화불량에 걸린어린이마저 치료할 수 없는 북한의 의료 현실이 암담해 탈북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99년 3월 북한을 탈출,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닝안(寧安)시와 베이징(北京)일대에서 숨어지내다 지난 3월 입국한 김씨는 함북 청진의학대학 고려의학부(한의학)를 졸업하고 청진시 포항지역 제1인민병원과 제2인민병원에서 내과와 소아과 의사를거쳐 조선의학과학원 의학연구소에서 1년간 연구원을 역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청진지역 병원은 혈압계, 체온계 등도 의사 6명당 1개밖에 없어 환자가찾아오면 기초진료부터 기다려야 한다"며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도 의료기기나처방약이 없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증언했다. 또 김씨는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서 영양실조에 걸려 태어나도 질병을 견딜 만한 면역력이 떨어져 3∼5세 이전에 질병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라며 "94년부터 96년까지 식량난이 계속될 때는 우리 병원에서 매월 2∼3명의 어린이가 소화불량이나호흡기 질환으로 죽어나갔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의학을 더 공부해 한의사로서 북한 어린이를 도와주고 싶다는 김씨는북한의 어린이는 늦봄에서 초가을까지는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초겨울부터 초봄까지는 호흡기질환을 주로 앓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gh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