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의 `투혼'이 빚어낸 기적에 4천700만 국민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땡볕 속에서도 전국 곳곳에 구름 떼처럼 몰려 `사상 최대의 응원전'을 펼친 4천700만 국민들은 사투 끝에 한국 축구사에 기적을 일궈낸 우리 `태극전사'들에게 한없는 찬사와 성원을 보냈다. 태극전사들이 22일 오후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120분간의 죽음과도 같은 각축전끝에 승부차기로 `무적함대' 스페인을 물리치자 전국은 온통 활화산이 분출하듯 `붉은 용암'이 들끓었다. 이날 대표팀의 `4강 진출'은 무더위 속에서 탈진으로 쓰러져 가면서까지 `태극전사'의 선전을 믿고 격려한 `대한민국 응원단'의 정성과 그라운드에서 젖먹던 힘까지 쏟아내가며 뛰었던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빚어낸 작품이었다. 기적과도 같은 4강 진출이 확정되자 관중석에서 쏟아져 내린 감동의 눈물이 초록색 그라운드를 적셨고, 전국의 거리 응원장에서는 지축을 흔드는 환호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인 전국 300여곳의 `거리 응원장'에서는 태극기의 물결이 이어졌고, `대∼한민국' `코리아 파이팅'을 목청이 터져라 외치면서 흐르는 눈물을감추지 못했다. 서울시청 앞과 광화문, 한강 시민공원 등 서울 14곳에서 열띤 응원을 펼쳤던 300여만명은 북과 꽹과리, 박수 등으로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웠고, 대표팀의 투혼에는 누구나 할 것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아파트 등 가정에서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도 일제히 밖으로 뛰쳐나와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태극기를 들고 아파트 단지 등을 돌며 승리의기쁨을 만끽했다. 또 거리거리마다 흰색 축하 색종이가 꽃잎 날리듯 쏟아져 내렸으며, 건물 곳곳에서 `코리아, 파이팅'과 결승전을 의미하는 `가자! 요코하마로..'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우리 `태극전사'들이 세계 11위팀인 스페인에 승부차기 혈전 끝에 승리를 거두자 한반도는 물론, 5대양 6대주에 거주하는 동포들도 `코리아, 만세'를 외치며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이날 승리는 지난 1930년 우루과이 대회 이래 72년의 월드컵 역사에 첫 승과 16강을 목표로 나선 약체팀이 기라성같은 우승 후보들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유럽과 남미 이외의 대륙에서 첫 4강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열광했고, 감격했다. 이날 전.후반 90분과 연장 30분을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우리 대표팀이 차분히 골을 넣고, 골기퍼 이운재가 선방으로 1골을 막아 승부를 가름하자 전국의 붉은 인파는 용암이 분출되듯 들끓었다. 시청 앞과 광화문 일대, 종로거리를 가득 메운 300여만에 이르는 `붉은 악마'와 시민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겼다, 또 이겼다' `이제 4강이다'라는 함성을 질렀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국 295곳에서 500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열띤 응원을 벌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 4일 폴란드전 52만여명, 10일 미국전 77만여명, 14일 포르투갈전 278만여명, 18일 이탈리아전 430만여명이 운집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 는 수치로, 전국민의 10.5%가 `거리 응원'을 펼친 셈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시청앞 광장과 광화문 4거리에 각각 80만여명이 모였으며, 여의도 LG무대 40만여명, 평화의 공원 13만여명, 코엑스 5만2천여명, 잠실야구장 3만7천여명 등 14곳에서 230만여명이 집결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부산 33만6천여명, 대구 19만3천여명, 인천 12만6천여명, 울산 12만4천여명,경기 45만1천여명, 강원 9만7천여명, 충남.북 24만4천여명, 전남.북 66만7천여명,경남.북 35만6천여명, 제주 5만여명 등으로 추산됐다. 시청 앞에서 응원을 벌인 정여진(18.여.송곡여고 2학년)양은 "심장이 터질 것같다"면서 "이 순간 어떤 말로도 기쁨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광화문에서 폴리스라인을 치고 근무하던 김용재(23) 이경은 "세시간 가까이 근무를 썼는데 피로가 한순간에 씻기는 것 같다"면서 "한국팀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꼭 선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성열(42)씨는 "그동안 국제통화체제(IMF) 등 경기침체와 정치 부재 등으로 시름만 앓아왔던 국민들에게 태극전사들이 생명수를 선사했다"면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전국 500만 `붉은 함성' (서울=연합뉴스)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