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이변의 바람을 몰고 8강에 오른 한국, 미국, 세네갈 등 '축구 제3세계' 3개 국가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조별리그를 통과한데 이어 16강전에서도 전통의 강호들을 격파하며 8강에 진출, 어느덧 세계 축구 4강을 노리는 이들 3개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할 당시만 해도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16강이 끝나자 이들은 아시아, 북중미, 아프리카 등 `축구 3세계'의 대표 주자로 나서며 유럽과 남미가 양분했던 세계 축구계를 군웅할거 시대로 바꿨다. 문제는 2회전을 거치며 메가톤급 폭풍으로 변한 이들의 이변풍이 오는 21일부터 시작될 8강전에서도 계속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 미국, 세네갈이 8강에서 각각 만나게 될 스페인, 독일, 터키가 유럽의 축구 강국들이지만 나름대로 약점을 갖고 있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신흥 강호들의 4강진출 제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과 싸워야 할 스페인은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갖고 있지만 뒷심이 부족하고 큰 경기에 약해 체력과 허리에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이 초반기선과 중원을 장악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여기에 스페인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지략까지 더해지면 승리 확률은 더 높아진다. 또 멕시코를 제치고 8강에 올라 북중미의 새로운 지존으로 자리잡은 미국도 독일과의 8강전에서 특유의 스피드와 역습을 펼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체력과 조직력을 내세운 독일의 압박을 견고한 수비로 저지하다가 스피드를 앞세운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의 기습으로 `전차군단'을 붕괴시킬 수 있다. 개막전에서 프랑스를 꺾고 이변의 선두주자로 나선 세네갈은 16강전까지 싸웠던 팀들보다 다소 전력이 뒤지는 터키와 8강에서 맞붙게 돼 4강 진출을 자신하고 있다. 선수 대부분이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네갈은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에다 유럽식 파워와 조직력까지 겸비하고 있어 이렇다할 특색이 없는 터키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들 축구 3세계 3개국들이 지난 1930년 제1회 우루과이월드컵에서 준결승에 올랐던 미국 이후 72년만에 처음으로 비 유럽 및 비 남미 4강 진출국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