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전 '붉은 모기' 꼬레아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6위, 역대 월드컵랭킹 3위에 빛나는 `아주리(Azzurri)군단'이 `코리아 징크스'에 또 한번 눈물을 흘리며 8강진출에 실패하는 악몽이 한밭벌에서 고스란히 재현됐다. 지난 '66잉글랜드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북한에게 0-1로 패하면서 8강이 겨루는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던 이탈리아가 36년이 지난 2002년 6월 태극전사들에게 무릎을꿇은 것이다. 이탈리아가 코리아와 악연을 맺은 곳은 66년 7월19일 영국 미들즈브러의 에어섬경기장. 당시 소련, 북한, 칠레와 한 조를 이뤘던 이탈리아는 칠레와의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소련에 0-1로 패해 1승1패를 기록, 북한을 이겨야만 2라운드(8강 토너먼트) 진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북한이 세계축구에서 알려지지 않은데다 당시 소련에 0-3으로 패했고 칠레와 1-1로 겨우 비겼던 터라 이탈리아는 북한을 무난하게 꺾을 것으로 예상했다. 낙승 예상속에 이탈리아는 `달리는 전차' 잔니 리베라의 돌파에 이은 마리노 페라니, 파올로 바리손 등의 슛으로 북한의 문전을 휘젓는 작전을 세웠다. 그런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본 북한 축구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찬명, 임중선, 신영규, 하정원, 오윤경, 임승휘, 박승진, 한봉진, 박두익, 김봉환, 양성국으로 이뤄진 북한은 4-2-4의 독특한 포메이션으로 대인방어를 펴면서빠른 발을 이용, 전원수비와 전원공격으로 이탈리아에 당당히 맞섰다. 또 센터링이 이뤄질 경우 중앙에서 4명의 공격진이 차례대로 떠오르며 헤딩슛을노린 `사다리 전법'은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이탈리아는 전반 42분 사다리라인에서 튀어나온 박두익에게 뼈아픈 결승골을 허용했고 후반 북한의 골문에 슛을 난사하며 반격했지만 골키퍼 이찬명의 방어막을 뚫지 못하고 무너져 8강 진출행이 좌절됐다. 36년이 지난 2002년 6월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맞은 또 한번의 `코리아 악몽'은 그 대상이 북한에서 한국으로 바뀌었고 1라운드 조별리그가 아닌 2라운드 토너먼트라는 점 등이 달른 부분. 그러나 경기전 프란체스코 토티가 "한국을 상대로 언제든 골을 넣을 수 있고 1골만 넣으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자만하다 허를 찔려 패한 점에서는 36년전과 유사한 면이 없지 않다. 결국 이날 이탈리아의 패배는 `이변이 많은 축구에서 방심은 언제든지 의외의패배를 부를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셈이 됐다. 또 36년전 북한에 이어 이날 한국에게 발목이 잡혀 8강행이 좌절된 이탈리아의`코리아 악몽'은 수많은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던 월드컵사에 또 하나의 `징크스'로기록될 전망이다. (대전=연합뉴스)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