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올해 임금협상이 예년보다 쉽게 잠정합의에 이른 것은 월드컵 개최국의 대표기업으로서 파업사태가 가져올 국가와 회사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회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적극 수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사가 18일 마련한 잠정합의안을 보면 회사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정도로 많은 돈을 주었다. 쟁점이었던 성과급에서 회사는 200%에다 '목표달성격려금' 명목으로 150만원의일시금을 덧붙였고 지난 97년 IMF경영위기로 매출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지급되지 않았던 성과급 150%까지 주기로해 사실상 450% 이상을 지급한다. 회사가 이처럼 많은 돈을 내놓은 것은 순이익 증가에 따른 '이익배분' 차원도있지만 무엇보다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 개최국에서 파업사태가 가져올 국가이미지실추와 이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빨리 불식시키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 경기의 침체 등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수출증가세의 둔화가 예상되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회사이미지 실추와 대외신용도 추락, 완성차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회사의 이같은 우려는 노조측에도 그대로 작용해 당초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했다가 임금인상 외 450%(97년 성과급, 일시금 포함) 정도를 받는 선에서 합의했다. 노조는 특히 "월드컵기간 중에도 파업하느냐"는 국민적 비판과 "협력업체 죽이는 파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협력업체의 호소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국내 최대의 노조답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월드컵 성공개최에 앞장서기를 바랐던 노조가 막상 파업에 들어가자 "이런 때에도 파업하느냐"며 매몰찬 시선을 보냈다. 협력업체도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이 협력업체로서는 생각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며 "협력업체를 볼모로 하는 파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해 왔다. 이 때문에 파업사태가 빚어지긴 했지만 예년에 비해 파업일수와 피해가 훨씬 덜한 선에서 합의안이 마련돼 노사 모두 '협력적 노사관계 유지'라는 최소한의 명분은얻게됐다. 울산시민들도 "월드컵 개최국, 개최도시에서의 파업을 하루라도 빨리 중단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예년처럼 합의만 해놓고 투표를 부결시키는 구태를 되풀이하지말고 1차투표에서 가결시키는 민주노조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기자 sjb@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