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500만이 하나가 되는`감동의 날'을 다시 한번 만들자." 그 날의 잔치를 위한 준비와 열기로 달구벌은 명성에 걸맞게 '찜통더위' 처럼 뜨겁게 달아 올랐다. 한.미전을 하루 앞 둔 9일 대구시내 곳곳에는 월드컵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붉은 물결이 출렁이며 흥분과 기대로 가득찼고 길거리 응원장은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또 대구월드컵 경기장 앞에는 남은 표를 사기 위한 열성 축구팬들이 몰려 야영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시민들은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는 대구에서 `태극전사'들이 16강을 확정짓는 `약속의 땅'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폴란드를 꺾고 월드컵 첫 승리를 안긴 `부산대첩'의 감동과 기쁨을 이어 가겠다는 각오를 가다듬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응원이 한.미간 감정싸움으로 번저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응원준비 열기 = 한.미전이 열리는 10일에는 `필승'을 외치는 함성이 대구분지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대구 `붉은 악마'들은 `천하통일 대한민국'이 적힌 가로 16m, 세로 3m짜리 대형 현수막을 월드컵 경기장에 설치하는 등 마무리 응원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들 중 300여명은 오는 10일 경기장에서 붉은 악마 응원 역사상 처음으로 운동장 1,2층 전체를 뒤덮을 수 있는 대형 태극기를 선보이며 응원전에 앞장선다. 전국의 붉은 악마들은 10일 낮 12시 대구월드컵 경기장 인근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에 모인 뒤 운동장까지 필승을 기원하는 거리 행진을 펼친다. 붉은 악마 대구지회 부회장 김종훈(23.대구카톨릭대 4년)씨는 "시민들과 함께첫 승을 올린 부산의 열기와 함성이 달구벌에 이어져 승리의 밑바탕이 되도록 하겠다"며 "우리의 뜨거운 열정으로 16강 진출을 일궈 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구시는 입장객들에게 붉은 티셔츠 2만장을 무료로 나눠주고 경기장을 온통 붉은 색 물결로 넘실거리도록 할 계획이다. 또 시가 경기장에 못가는 시민들을 위해 개방한 대형 전광판이 있는 시민운동장야구장을 비롯해 두류공원, 국채보상공원, 대구전시컨벤션센터 등에도 4만여명이 모여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한.미전을 보며 응원에 나선다. 대구지역 136개 시민단체가 모인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도 10일을 `붉은 옷 입는날'로 정하고 회원과 시민들을 상대로 붉은 티셔츠 입기 운동을 펴고 있다. 이와 함께 `동성로 잔치' 마지막날인 9일 중구 동성로에는 붉은 색 패션과 `대-한민국'이란 응원가가 넘실댔고 상당수 술집과 음식점이 대형 TV를 준비했다. ▲입장권 구하기 전쟁 = 한.미전 입장권을 구하려는 축구팬들의 아우성이 하늘을 찌른다. 대구월드컵 경기장 매표소 앞에는 입장권 가운데 잔여분을 사려는 행렬이 이틀째 이어졌다. 8일 오후부터 열성 축구팬이 몰려 든 이 곳에는 텐트와 천막 30여개와 자동차 100여대가 들어서 있어 야영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돗자리와 텐트, 차안 등에서 밤을 지새운 축구팬 500여명은 9일에도 무작정 진을 치고 있고 외국인도 50여명이 합류했다. 입장권 판매 장소와 시간을 이날 오후 6시에 공식 발표하겠다는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측의 발표에도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서 표를 팔지 않겠느냐"면서 2박3일간노숙을 하더라도 반드시 표를 구하겠다는 의지에 불 타 있다. 박성봉(26.대구대 4년)씨는 "이틀동안 밤을 새우더라도 입장권을 꼭 구해 경기장에 들어가 우리 축구가 16강에 오르도록 응원하겠다"며 "친구 2명이 다른 곳에서표를 팔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구월드컵조직위와 대구시 월드컵지원반에도 남은 표가 있는지 등을 묻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어 직원들이 정신이 없을 정도다. ▲학교.기업체 동향 = 일요일인 9일 대구 성서공단과 달성공단 등에는 많은 기업체가 평소 휴일에 놀던 것과 달리 직원들이 정상 출근, 일을 했다. 이는 `결전의날' 하루 휴무를 하기 위한 것이다. 한.미전이 열리는 10일 대구지역 상당수 학교와 기업체가 휴업하거나 TV를 보도록 배려, 대구전체가 잔치 마당이 된다. 대구 달성공단에 있는 한국델파이㈜는 한-미전이 열리는 이날 쉴 것에 대비해미리 당겨 일을 했고 대구백화점은 중구 대봉동에 있는 대백프라자를 10일 하루동안아예 문을 닫는다. 초.중.고 256곳이 10일 단축 수업이나 휴업을 하는 가운데 일부 초등학교는 이날 학생들이 붉은 색 티셔츠를 입는 것을 허락했다. ▲`16강 확정' 염원과 안전 확보 = 잔치 준비를 마친 시민들은 `달구벌'에서 반드시 16강 진출을 확정지어 전 국민이 하나되길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질서 응원과 민주적인 시민의식 발휘로 한.미전이 두 나라간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정정당당 코리아'를 세계에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더구나 시민들은 우리 팀이 실력만 충분히 발휘한다면 포르투갈을 이긴 미국도격파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면서 멋진 경기로 감격의 드라마를 연출해 주기를 희망했다. 회사원 이은경(35.여.대구시 달서구)씨는 "경기장에는 직접 못가지만 국채보상공원에서 태극전사들이 미국을 꺾어 온 국민의 소망인 16강에 올라가도록 목청껏 응원하겠다"며 "10일은 대구가 한국 축구의 메카가 되고 세계가 우리의 질서있는 응원문화에 경의를 표하는 날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구지방경찰청과 월드컵안전대책통제본부는 전국에서 온 1만여명의경력을 월드컵 경기장과 미국관련 시설물 주변 등에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있다. 또 한.미전 때 시민 수만명이 모일 국채보상공원과 시민운동장 등에도 경찰 병력이 배치되고 군은 대구월드컵 경기장 외곽에서 돌발 상황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빈틈없는 경계를 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yongm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