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키 넘버 16.' 한국 축구대표팀이 폴란드를 꺾고 '16강'문턱에 다가서면서 '16'이란 숫자가 최고의 마케팅 화두로 떠올랐다. 또한 벌써 '8'마케팅에 불을 댕긴 발빠른 기업들도 있다. ◆1만6천원 제품,16% 할인 봇물=물건 값을 '16'에 맞춘 상품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건포 등 안주류 6개와 태극기 및 폭죽이 들어있는 '월드컵 TV시청용 안주세트'를 기획상품으로 내놓았다. 가격은 16강을 기원하는 뜻에서 1만6천원으로 정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인터넷 쇼핑몰인 신세계닷컴(www.shinsegae.com)은 오는 14일까지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삼성 파브TV,디지털 캠코더,컬러핸드폰,상품권 등을 단돈 1천6백원에 주는 행사를 연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은 9일까지 16강 기원 티셔츠 균일가전을 열고 각종 티셔츠를 1만6천원 균일가에 판매한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www.auction.co.kr)은 오는 12일까지 에어컨 냉장고 TV 등 LG전자의 28개 생활가전을 최고 16%까지 할인하는 'LG전자 히트상품 특가전'을 벌인다. 서울 신촌이나 광화문 등에는 평소 2천원 받던 커피나 생맥주 값을 1천6백원으로 내리는 카페나 주점들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16'을 브랜드 이미지로 활용=국내 기업중에서 한국축구가 16강에 오르기를 가장 열망하는 회사는 어디일까? 식별번호가 016인 이동통신업체 KTF가 틀림없다는 게 '정설(?)'이다. 이 회사 홍보팀의 이영대 차장은 "한국팀이 16강에 오르기만 하면 016의 마케팅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라며 "지난 5월1일∼6월3일 신규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한국팀이 이기면 최대 32억원의 시상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연데 이어 16강에 진출할 경우 또 한차례 대대적인 특별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친 김에 8강까지=16강에 이어 8강 마케팅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8강에 오를 경우 전 식품매장에서 수입갈비살 1㎏과 참외 10개 세트,굴비 1.5㎏ 등 8대 품목을 8천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행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대우차는 일찍이 지난해 5월 2002년형 누비라II를 출시하면서 한국이 8강에 오를 경우 구입 고객의 할부 원금 및 이자를 최대 1백만원까지 깎아주기로 했다. 대한화재는 지난 99년 11월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대한화재의 장기보험에 가입한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3천명을 추첨,8강 진출시 총납입 보험료의 20%를 지급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롯데호텔은 한국의 8강이 확정되는 당일 롯데프라자,잠실 롯데호텔 야외광장 파인가든에서 생맥주 5백㏄를 단돈 8원에 제공하는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는 즐거워=이같은 '월드컵 숫자 마케팅'을 소비자들은 대체로 반기는 편이다. 숙명여대 앞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1천6백원으로 할인된 아이스커피를 들고 나온 김은희씨(22)는 "월드컵 기간인 만큼 16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1천6백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것도 재미있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