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리듬과 기이한 분장, 할리우드 액션, 묘기, 부상 투혼의 감동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었다. 7일 고베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스웨덴과 나이지리아의경기는 승패를 떠나 축구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재미를 보여준 한판이었다. `죽음의 F'조에 편성된 팀들간 경기답게 내용면에서도 박진감이 넘쳤고 선수.관중의 독특한 머리와 분장, 골 세리모니 등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흥미진진했다. 경기 시작전부터 아프리카 토속리듬에 맞춰 나이지리아 관중들이 몸을 흔들며흥을 돋웠고 나이지리아의 수비수 타리보 웨스트는 머리를 두 가닥으로 묶어 두개의뿔처럼 세운 `도깨비 머리'로 관중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자 스웨덴은 탄탄한 조직력과 파워로, 나이지리아는 화려한 개인기로 축구 본연의 즐거움을 관중들에게 선사했고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의 장면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이지리아의 공격수 줄리어스 아가호와는 전반 27분 조지프 요보의 센터링을상대 문전에서 머리로 방향만 살짝 바꿔 선취골을 올린 뒤 텀블링을 연속해서 7번이나 하는 묘기를 보여줘 골에 묘기 값까지 합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현재 득점 선두에 올라있는 미로슬라프 클로세(독일.4골)보다 골 세리모니에서는 한 수 위였다. 체조 선수 출신인 클로세도 골세리모니로 텀블링을 하지만 한 바퀴만 돈다. 아가호와의 골과 묘기에 보답이라도 하듯 풍만한(?) 몸매의 나이지리아 남자 관중은 상의를 벗은채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축하의 춤을 췄다. 또 전반 31분께는 마음이 다급해진 스웨덴의 요한 미알뷔가 상대 페널티지역 안에서 정당한 태클에 의해 넘어지고도 페널티킥을 얻기 위해 과장된 할리우드 액션을했다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후 4분뒤 나이지리아의 허술한 수비를 뚫고 동점 골을 넣은 헨리크 라르손은혀를 길게 내밀며 벤치쪽으로 달려 미국프로농구 스타인 마이클 조던(워싱턴 위저즈)을 연상케 했다. 별난 헤어스타일로 시선을 끌었던 웨스트는 후반 15분께 왼쪽 눈윗쪽이 찢어지자 경기장에서 곧바로 봉합수술을 한뒤 붕대를 감고 출전하는 투혼을 보여줬으며 새유니폼을 찾지 못해 뒤늦게 피묻은 유니폼을 갈아입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승부는 스웨덴의 2-1 승리로 끝났고 세계 축구 팬들은 오랜만에 재미있는 축구경기를 봤다. (고베=연합뉴스)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