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5개월중 최저치 경신 행진을 거듭했다. 달러/엔 환율이 지난주 말 125엔대로 내려선 뒤 하락세를 이었으며 공급우위의 장세도 지속됐다. '하락 속도가 빠르다'는 인식이 팽배했음에도 엔화와 동반 강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개입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시장은 읽고 있다. 다만 장 후반 김용덕 재정경제부 국제업무 정책관의 '급격한 원화절상'에 대한 우려 표명으로 반등세를 보였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8.00원 내린 1,253.60원에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2월 28일 1,250.80원 이래 가장 낮은 수준. 개장초부터 꾸준히 업체 네고물량 등이 축적됐으며 외국인 주식순매수 자금, 역외 매도 등이 시장을 주도했다. 국책은행들의 지지성 매수세가 있었으나 쏟아져 나오는 물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정부의 개입 경계감이 강하지만 공격적으로 달러를 매입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시장은 판단하고 있다. 달러화만 일방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원화 강세로 수출이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돼 하락 추세는 당분간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1,250원 테스트 할 듯 =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작동하고 있으나 달러/엔 레벨이 낮아지는 추세고 물량부담도 만만치 않아 1,250원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은 '대세가 하락'임을 주지시키면서 추가 하락이 어디까지 이뤄질 것인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네고가 일방적으로 많았으며 아직 수급이 빠져나가지 않아 시장은 여전히 무겁다"며 "미 달러화에 대해 다른 아시아통화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수출은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 같고 다만 1,250원이 쉽게 내어줄 레벨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 1,250원을 테스트하는 흐름이 예상되며 정부 개입으로 강한 반등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1,248∼1,260원으로 넓게 예상하고 있다"며 "1,250원이 깨지는 시점에 매수개입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고 며칠에 걸쳐 10억달러 이상 나와야 박스권 유지나 반등 모멘텀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막판에도 네고물량이 쏟아지는 등 기본적으로 물량 부담을 이겨내기가 어렵다"며 "결제도 있었고 국책은행들을 동원한 매수세가 유입됐으나 월말로 갈수록 네고물량과 투자자금 등의 출회로 점진적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1차 지지선인 1,250원이 무너지면 1,200원대 초반까지 흐를 여지도 있는 가운데 내일은 당국이 1,250원 지지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환율이 빠지면서 헷지물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달러/엔의 레벨이 추가로 하향하면 당국의 개입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 정부 구두개입 = 지난주에 이어 정부는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한 개입에 나섰다. 전윤철 부총리가 오전중 "최근 환율 하락속도에 대한 우려"감을 내비치고 재경부는 이날 오후 5년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5,000억원 입찰전부터 오는 22일 발행 이전에라도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비췄다. 또 장 후반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 정책관이 "시장의 지나친 불안심리를 우려하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환율의 추가 하락은 저지됐으며 소폭의 반등을 이끌어냈다. 지난주 말 뉴욕에서 125엔대로 급락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재무성 고위관계자들의 잇단 구두개입에도 불구, 하락 흐름이 강화되기도 했다. 지난주 말 뉴욕에서 125.92엔을 기록한 달러/엔은 이날 개장초 126.20엔으로 일시 반등한 뒤 되밀렸다. 달러/엔은 오후 5시 현재 125.61엔을 기록중이다. 엔/원 환율은 지난주 금요일보다 오른 수준에서 움직이며 같은 시각 100엔당 997.77원을 가리키고 있다. 엔화의 강세가 원화보다 진전된 영향.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247억원, 70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이틀만에 순매수로 돌아섰으며 달러 공급요인을 축적시켰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 금요일보다 1.60원 낮은 1,260원에 한 주를 연 환율은 달러/엔 하락에 맞춰 9시 44분경 1,253.30원까지 흘러내렸다. 한동안 1,293∼1,294원을 오가던 환율은 11시 6분경 1,252.50원까지 미끄러진 뒤 전윤철 부총리의 '하락속도'에 대한 우려 등으로 추가 하락이 저지돼 소폭 반등했다가 1,253.6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40원 낮은 1,253.2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한동안 1,252∼1,253원을 오가다가 반등시도가 여의치 않자 매도세가 강화되면서 3시 57분경 1,251.5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그러나 전날보다 10원 이상 떨어지자,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 정책관의 구두개입으로 환율은 4시 9분경 1,254.50원까지 반등한 뒤 1,253∼1,254원을 오갔다. 이날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60.00원이며 저점은 올들어 최저치이자 지난해 2월 28일 1,248.30원이후 가장 낮은 1,251.50원을 기록했다. 환율 변동폭은 8.50원에 달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2억5,93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7,87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9,000달러, 4억4,700만달러가 거래됐다. 21일 기준환율은 1,253.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