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월드컵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을 앞두고 있어 신규 분양시장의 침체는 장기화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2·4분기 들어서도 용인 인천 등 수도권에서 신규 아파트가 대거 공급되고 있지만 청약 후 초기 계약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미분양 파동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이 최근 용인 기흥신갈에서 선보인 대우드림월드는 지역 1순위에서 5.23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지만 계약률은 80%에 머물고 있다. 계약률 1백%가 무난했던 올해초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용인 등 수도권이 청약 과열현상에도 불구하고 계약률은 저조한 편"이라며 "가수요와 실수요자를 잇는 연결고리가 약해 앞으로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계절적인 비수기 탓도 있지만 3월 이후 쏟아진 정부의 각종 부동산 안정책과 최근의 금리인상,대체 상품인 오피스텔의 공급 과잉,프리미엄만을 노린 단타성 가수요 거품 제거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청약은 높고 계약은 낮아=수도권의 경우 아직은 대부분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되지만 웃돈과 초기계약률은 크게 낮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죽전 현대홈타운6차는 46평 단일평형 1백20가구 모집에 4백37명이 1순위로 청약을 마쳤다. 신봉신(新)LG빌리지2차도 같은 날 51평형을 제외한 전평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33평형은 용인 1순위에서 8.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분양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분양열기가 예전같지 않아 기흥 대우드림월드처럼 초기 분양률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로열층에 당첨되지 않은 수요자를 중심으로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성 인천 등지에선 '계약금 5백만원'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 파격 조건을 내세워 계약률을 끌어올리려 애쓰고 있다. 분당 블루빌공인 김인호 사장은 "웃돈 형성이 쉽지 않아 일부 중개업소들의 경우 매물 처분에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지난 3월과는 시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 프리미엄이 붙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조정 불가피=수도권 분양시장의 침체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금리 인상,용인 및 분당 투기과열지구 지정 움직임,전매 제한 등 악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게다가 실수요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시장의 추이를 묻는 문의전화가 부쩍 늘고 있다"며 "이전에는 문의가 없어도 청약과 계약률이 높았지만 지금은 시장을 떠받칠 유일한 대안인 실수요자들이 눈치보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