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서 지난2개월여동안 3조원을 순매도했지만 절반이상은 본국으로 송금되지 않고 원화형태로 한국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매도세는 "한국 비중축소"라기보다는 "단기차익매매"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3월초부터 이날까지 거래소 시장에서 3조8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미달러화로는 24억달러어치에 이른다. 그러나 외국인의 주식매도 자금중 60% 이상은 국내시장에 원화 포지션으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외환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외환은행 국일모 외환딜러는 "외국인의 주식매도 자금이 외환시장에 얼마나 나오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매도금액의 30∼40% 정도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로 바꾼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두달여 동안 원·달러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가령 외국인이 주식을 판 자금(원화)을 모두 달러화로 바꾸려면 20억달러가 넘는 달러수요로 인해 '달러상승-원화절하(환율상승)'현상이 나타나야 하지만 실제로는 원화는 절상추세에 있었다. 외환 딜러들은 외국인이 주식매도 자금을 전액 달러화로 교환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두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국내주식을 다시 매입하기 위해 원화로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둘째는 원·달러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판단아래 환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환전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본국 송금을 위해 주식을 매도할 경우 환율변동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매입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영권 동양투신 주식팀장은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한국 비중 축소 및 셀코리아(Sell Korea)가 아니라 미 증시불안 등에 따른 단기매매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가 안정을 찾으면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유입될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은 이날 시스코시스템즈의 실적호전으로 나스닥선물 지수가 급등세를 보이자 매수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2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코스닥에선 71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