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학 연구자들이 B면역세포(체액성 면역에 관여하며 항체생성을 유도)연구는 등한시하고 T면역세포(세포성 면역에 관여하며 B세포의 기능을 조절)에만 몰리고 있습니다.B세포연구를 다시 활성화해 암이나 자가면역질환을 예방할수 있는 백신과 치료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의학 도입 1백주년을 기념해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개최한 제30회 종합학술대회에서 특별강연을 한 노벨의학상 수상자 롤프 진커나겔 스위스 취리히대 임상면역학연구소장(58)은 면역학 연구에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B세포 심화연구를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고 말했다. 진커나겔 박사는 뇌염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에이즈 바이러스에는 면역력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를 연구중이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것은 주로 T세포에 의한 것이며 특별하게 분화된 수많은 종류의 T세포는 각기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만을 인식하고 이를 공격하기 때문에 에이즈 백신으로 뇌염 바이러스를 예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T세포에 의한 면역체계는 쉽게 형성되지 않고 항원의 존재 없이는 매우 짧게 유지되기 때문에 항원을 인식해 항체를 만드는 B세포에 의한 면역체계만이 보다 완벽한 면역체계를 갖추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증거로 결핵 에이즈 고형암 등의 예방백신이 불완전한 것은 T세포에 의한 면역체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CTL(세포독성 T 임파세포)에 의한 면역체계가 상대적으로 견고한 것은 임파조직에서 항원에 의해 면역체계 형성이 유도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를 연구하면 대다수 바이러스와 세균을 한꺼번에 예방할수 있는 백신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가면역질환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암 등은 면역력을 올리는게 치료법이 될수 있다"며 "면역력의 균형을 맞춰 질병치료법을 찾아내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진커나겔 박사는 서울대 의대 박정규 교수와 함께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제1형)이 자가면역질환이란 사실을 규명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림프구성맥락수막염바이러스(LCMV)의 유전형질 일부를 쥐의 췌장 베타세포(인슐린을 만드는 세포)에 주입한 후 이 쥐에게 LCMV를 감염시켜 당뇨병이 나타나는지 여부를 알아보면 당뇨병이 자가면역질환인지를 알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