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현물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아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D램시장의 주된 흐름인 고정거래가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좁아, 현물가 급락을 반도체 경기전반의 하강으로 보는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7일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집중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현물(스팟.Spot)거래가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달 현재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올들어 D램 메이커와 PC 제조업체간의 고정거래가 급증하면서 나머지 95%중 80%가 고정거래로 나타났고 15%는 업그레이드용 시장으로 분류된다. 주요 D램 메이커들의 거래형태도 비슷한 구성비(比)다. 세계 1위인 삼성전자[05930]는 이달 현재 스팟물량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현물거래가 많은 하이닉스[00660] 역시 스팟비중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현물시장은 비록 비중이 작더라도 주력제품 유통가 동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투자지표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 그러나 최근 들어 현물시장은 비중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고정가와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동조화'도 희미해지면서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두달간 이어진 가격흐름에서 이같은 괴리현상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D램 현물가는 지난 3월5일 올들어 사상최고치인 4.38달러(128메가 D램 기준)를기록했다가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던 끝에 지난 6일 오후 개당 2.65달러로 무려 38.3%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정거래가는 4.8∼5.0달러에서 4달러대 초반으로 하락폭이 10%안팎에 그치고 있고 향후 변동 폭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런 현상 이면에는 현재 D램 현물가 동향을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알려주는전자상거래 중개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Dramexchange.com)'나 `컨버지(Converge.com)'의 역할에 일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PC업체이건 중소형 모듈제조업체이건 대부분 고정거래를 통해 D램을 구입, 실제로 현물시장을 찾는 고객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현물시장에 실수요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현물가와 고정가의 괴리가 오히려 통상 경기상승기의 적정 가격구조(고정가가 현물가보다 1-2달러 가량 높은 것)로 `환원'하는 과정으로 봐야하고 현물가의 D램시장 선행(先行)지표로서의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여전히 많다. 한편 업계에서는 최근 현물가 하락이 ▲그동안 현물시장 유통을 자제해온 D램업체들이 적정물량을 현물시장에 소화시켜야 한다는 판단에 물량을 내놓기 시작하고 ▲컴팩과 휴렛팩커드 합병에 따른 구매조절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