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의 실제 거래가격을 표시해 정찰 판매하는 판매가격표시제가 5월1일부터 서울 남대문과 동대문 일대 재래시장에서 일제히 시행된다. 재래시장 관계자들은 이 제도가 소매시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정착할 것이나 동대문 일대 도매상가에서는 정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실제 시행 과정에서상당한 혼란과 마찰이 예상된다. 동대문 외국인구매안내소의 고동철 소장은 "도.소매시장의 특성을 감안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소매시장은 판매가격표시제가 반드시필요하지만 동대문 일대처럼 도매상가 위주로 운영되는 곳에서는 일률적인 시행이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래 도매시장에서는 대량 거래에 따른 가격 할인이 가능하고 반품 사례도 많다"면서 "대형 소매상과 일반소비자에게 같은 값에 상품을 팔라고 한다면 소비자와 상인들 사이에 불신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모임인 동대문포럼 대표 유상오 박사는 "아직도 일부 도매상은 판매가격표시제에 대해 반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품종으로 소량 생산되는 상품의 질과 가격을 어떻게 평가해서 책정할 것인지, 그리고 많은 양을 사가는 소매상과 일반소비자에게 동일한 가격을 적용할 수 있을 지 등 비현실적인 문제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래시장에 관한 정책은 수십년 동안 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의 공감대를얻어야 한다"면서 "정찰제는 고객의 `바가지' 불안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깎는 재미'도 함께 앗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몰 M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거래 강화, 가격표시제 등 최근 행정당국의 잇단 `강수'로 세원(稅源) 노출에 부담을 느낀 상인들이 가격을 임의로 높게 책정해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D 패션몰 관계자는 "이중가격이나 허위가격 등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 순조롭게 정착되겠지만 위반시 적발이 쉽지 않고 효과적인 대응방법도 없어 월드컵 기간에만 신경을 쓰는 `반짝 전시행정'으로 그칠 우려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