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출판사의 「옛날 신문을 읽었다」는 신문이뉴스 전달 매체일 뿐 아니라 한 켜 한 켜 쌓임으로써 정형화된 역사 이상의 무엇이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저자 이승호(농수산TV 홍보실장)씨는 기자 시절 우연히 옛날 신문을 뒤적이다 1960년 벽두 한 일간지의 사회면에 나란히 실린 세 기사에서 묘한 정서적 파장을 느꼈다고 한다. 강제로 키스를 당하고 자살한 처녀에 관한 상자기사, 너무 추워 남의 점퍼를 빼앗아 입었다가 파출소에 잡혀온 이농집안 출신의 초등학교 5학년생에 관한 1단짜리기사, 그리고 톱을 장식한 어느 유명 정치인의 장황하리만큼 화려한 신년맞이 기사. 세 기사의 부조화와 생경맞음에 충격을 받은 이후 저자는 옛날 신문을 읽는 '이상한' 취미를 갖게 됐다고 한다. 책에는 옛날 신문 중에서 시대의 코드가 될 만한 흥미로운 기사들이 담겨 있다.저자는 어느덧 역사가 돼버린 그 시절의 사소한 기사를 날 것 그대로 소개한 후 오늘날과 서로 비교해가며 뒤집어보기도 하고 꼬집어보기도 한다. '쫀듸기'로 대표되는 불량식품 이야기와 대학가의 낙서문화, 장발족 문화, '양아치'라 불린 넝마주이의 생활사, 기생충 박멸사, 구멍가게 단속 풍경을 다룬 기사속에서 저자는 '불량'을 억압했던 우리의 지난 '불량시대'를 간파하고 있다. 옛 신문에 비친 패션스타일의 변천사를 살피는 것도 의미가 있다. 크리비지 룩(가슴 노출 의상)이 웬만한 여성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즐겨 입는 옷이 된 지금이지만30여년 전만 해도 세상은 전혀 딴판이었다. 지금도 왕성히 활동하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일화. 60년대 그가 디자인한'아리랑 드레스'는 가슴이 약간 드러난다는 이유로 '순결과 정절의 적'으로 비판받았다. 한 일간지에는 유명대학 법학교수가 쓴 이라는 칼럼까지실렸다. "...노출을 원칙으로 한 서구식 드레스와 은폐를 원칙으로 한 한복의 조화 절충은 어려운 것이다. 잘못하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괴물이 되기 쉬운 것이다.아리랑 드레스도 이러한 실패작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도 여성들은 '몸뻬'와 한복을 벗고 미니스커트와 양장을 입었으며, 크리비지 룩을 뛰어넘어 '노브라'까지 등장하고 있다. 책은 50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에 참으로 많은 파란과 변화가 우리 사회에 있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저자의 말처럼 "옛 신문은 잘 정리된 단행본보다 더 매혹적인 역사책이자 풍속사책"임이 틀림없다. 336쪽. 9천800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