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왕성해지며 종합지수가 사흘째 상승하며 890선을 회복했다. 지난주 옵션 만기를 전후로 급등락했던 시장이 삼성전자를 축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전에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1/4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전해지면서 우량 블루칩이 동반 상승하고 외국인도 장중 순매수를 보이는 등 수급불안감이 완화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증권거래소도 지난 9.11 테러 이후 외국인 매매동향을 분석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9.11 테러 당시보다 낮아졌다며 외국인의 차익실현 물량이 거의 소진된 듯하다는 분석을 내놔 투자심리를 안정시켰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중기적으로는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고 조정을 받더라도 하방경직성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 실적 호전 기대감이 시장에 안정감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며 "외국인 매도도 완화되고 있어 주가는 900선대에서 등락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 종합지수 890선 회복 = 15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18.59포인트, 2.12% 오른 894.28로 마감, 사흘째 상승하며 89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는 85.82로 1.58포인트, 1.88% 상승했다. 지난주말 미국 주가가 반등한 이후 외국인이 55억원의 순매수로 전환하며 수급불안이 다소 완화되고 삼성전자 급등에 우량 블루칩이 증시 안정감을 주었다. 삼성전자가 4.34% 급등한 38만5,000원에 마감했고 SK텔레콤이 2%, 한국전력이 4% 상승한 가운데 현대차는 6% 이상 급등했다. 업종별로 철강금속과 운수창고업종만 하락하고 나머지 대부분 업종이 올랐으며 상승종목이 533개에 달하며 하락종목 252개를 크게 앞섰다. 기관이 투신을 중심으로 506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이 511억원을 순매도하며 여드레만에 순매도로 돌았다. 외국인은 6억원을 순매도, 순매도 규모를 크게 줄였다. 코스피선물 6월물은 112.10으로 2.30포인트, 2.09% 상승, 사흘째 올랐다. 오전중 순매도하던 외국인이 삼성전자가 상승하고 외국인이 장중 현물 순매수를 보이자 순매수로 전환하자 113.00까지 고점을 높였다.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콘탱고를 지속 유지한 가운데 0.06의 콘탱고로 마쳤다. 프로그램 매매는 장중 매도우위에서 장후반에 비차익을 위주로 매수우위로 전환, 시장 수급에 도움이 됐다. 프로그램 매수는 비차익 749억원을 위주로 1,045억원이 유입됐으며 매도는 비차익 560억원을 위주로 830억원을 나타냈다. 코스닥은 기업은행이 7% 이상 급등한 가운데 KTF, 국민카드, 엔씨소프트 등이 상승하는 등 상승종목이 474개에 달했다. 하락종목은 257개에 그쳤다. ◆ 삼성전자 실적 긍정, 실적 모멘텀 기대 = 이날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시장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시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오는 19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조원 이상되는 것이 확인된다면 삼성전자가 다시 사상최고치에 도전하는 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증권업계에서 삼성전자의 1/4분기 실적이 1조7,0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넘어서는 수치여서 향후 '실적 모멘텀'으로 시장을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7조원 수준을 전망할 경우 현재 시가총액 58조원에서 주가수익비율(PER)가 8배를 조금 상회하는 만큼 밸류에이션 차원에서도 삼성전자 주가가 낮다는 분석이다.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의 매출 구성이 반도체 D램 뿐만 아니라 LCD, 휴대폰 단말기 등 다양화돼 있어 영업이익이 2조원 이상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중국 등 현지법인의 이익도 예상돼 펀더멘털상 시장을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의 분석대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 12일 현재 54.95%로 지난해 9.11 테러 당시의 57.06%보다 낮고 자사주 매입도 지속하고 있어 외국인 매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실적호조와 함께 투신사 주식형 펀드에도 자금유입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고 미국 기업의 실적이 1/4분기 나쁘더라도 경기회복과 함께 기업실적이 올라갈 것이라는 긍정론도 뒤따르고 있다. 투신사의 다른 펀드매너저는 "삼성전자에 대해 외국인이 지분율을 55% 이하보다 더 떨어뜨릴 것이라는 것은 넌센스"라며 "과거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할 때 주가가 낮아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 외국인 비중 여전히 높아, 추가상승 제한 시각도 =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주 하락을 조정이라고 보기에 힘들며 외국인의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4분기 이래 D램값 하향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어 추가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도 여전하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실적도 좋게 평가하고 지수가 조정받더라도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순매도 규모는 줄어들 수 있어도 여전히 편입비중이 높은 상태여서 당분간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미계 투자자가 별로 참여하지 않는 월요일 아시아계 매매 규모로 외국인 매도추이를 판단하는 것은 왜곡될 소지가 있다"며 "단순히 보면 지난해 9.11때보다 지분율은 낮으나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랐고 자사주 매입도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은 국민은행과 신한지주 등을 중심으로 순매수했으나 삼성전자에 대해 서는 184억5,000만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매도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아울러 미국의 1/4분기 실적이 미흡한 가운데 해외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국내 수급상으로도 주식형 펀드에 자금유입이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투자주체별 선순환보다는 손바뀜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찮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팀장은 "외국인 매매는 미국 기술주의 부담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한 상태여서 매도 완화는 몰라도 공격적 매수는 힘들 것"이라면서 "특히 기관도 지수나 모멘텀을 탐색하고 있어 투자자간 수급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실적주에 대해 매기가 집중되면서 활발하게 전개될 경우 고점 시도도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전고점이 920에 물량을 쌓아놨고 미국의 실적도 확인할 필요가 있어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