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출신 탱고 연주자 파블로 지글러(58)와 그가 이끄는 '지글러 5중주단'의 첫 내한공연이 2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2일 양재동 현대자동차 아트홀에서 각각 열린다. 지글러는 오늘날 '탱고의 대명사'가 된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와 11년간이나 한솥밥을 먹으며 연주활동을 해온 연주자로 자타가 인정하는 '피아졸라의 적자(嫡子)'로 통한다. 지글러가 서른 즈음이던 1978년 피아졸라는 이 젊은 음악가의 실력을 간파하고자신의 악단인 '누에보 탱고 5중주단'에 합류할 것을 권했고 지글러가 흔쾌히 응해이들은 1989년 피아졸라가 심장병으로 악단을 해체할 때까지 함께 활동했다. 당시 피아졸라는 반도네온(아코디온의 일종)을 연주했고 지글러는 피아노를 맡았다. 지글러는 원래 정통 클래식 계열의 음악가이지만 피아졸라 악단에 들어간 뒤 피아졸라로부터 탱고음악의 진수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배웠고 그의 사후에는 피아졸라의 음악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음악세계도 새롭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지금 그가 이끌고 있는 단체는 피아졸라 악단 해체 이듬해인 1990년 그의 음악적 작업들을 계승하기 위해 결성했다. 런던 필하모닉, 로열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과 협연했고 지금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스타급 음악단체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글러 5중주단'은 반도네온, 피아노, 기타, 더블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됐다.피아졸라 악단에 포함됐던 바이올린을 없애고 그 자리를 드럼으로 대체했다. 현의 유려한 느낌이 빠지긴 했지만 피아졸라 음악의 핵심파트인 반도네온 특유의 어두운 음색이 그대로 유지돼 있고 재즈 선율이 이전보다 강조된 드럼과 피아노의 즉흥연주로 울적하면서도 흥이 솟아나는 탱고고유의 리듬감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번 공연에서도 「리베르탱고」「천사의 죽음」「미켈란젤로 70」「레비라도」등 피아졸라의 대표곡과 「아스팔트」「바람의 밀롱가」「돌길」「봄」 등 자신의음악을 섞어 프로그램을 꾸민다. ☎ 599-5743.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