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 김에 올해 성장률을 6%대로 올리자" 급속한 경기호전 기류 속에 정부와 민간의 올해 성장 기대치도 한껏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둘러싼 난기류들가 걷히고 쾌청한 모습이다. 지난해 9.11 미국 테러사태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비교우위는 더욱 돋보였다. 수출부진을 내수로 만회한 강한 복원력에 해외의 찬사가 쏟아졌다. 대내외 여건에 비춰 6%대 성장은 그다지 무리한 게 아니다. 오히려 정부의 공식 전망(4%대)이 너무 인색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증시 주가는 이미 900선을 넘나들며 저만치 앞서간다. 외환위기 이후 장기침체에 빠졌던 부동산시장도 이제 과열을 걱정해야 할 만큼 달아올랐다. 자산가격에서의 "부(富)의 효과"는 견조한 소비 증가세를 담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성장률을 갉아먹었던 산업생산 설비투자 등 실물지표도 서서히 호전되고 있다. 특히 수출도 4월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선다는 게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의 예상이다. 따라서 올해 최소한 잠재성장률(5%대) 수준의 경기회복은 물론 눈높이를 6%대까지 높여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전망이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한국경제신문은 올해 경기전망에 대한 심층기획을 마련했다. 차별화 성공=지난해 9.11 테러 이전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기는 사상 유례없는 동반 추락을 경험했다. 테러 충격은 추락속도를 가속화시킨 셈이다. 공은 바닥에 강하게 떨어질수록 튀어오르는 힘이 강하게 마련. 테러뒤 경제 복원력에서 한국은 단연 돋보였다. 한국은 지난해 3.0% 성장했고 3.4분기 1.9% 성장을 저점으로 4.4분기엔 3.7% 수준으로 높아졌다. 중국(7.3%) 인도(5.4%)를 제외하면 한국보다 높은 성장을 기록한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를 반영해 주가는 테러이후 두배로 올랐다. 상승률로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반면 대만(-1.9%) 싱가포르(-2.0%) 등 아시아 용(龍)들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으로 허우적댔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한국의 경제개혁이 일본의 스승이 됐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비아냥을 듣는 판이다. 한국 경제의 강점=선진국 언론들은 한국경제가 빠르게 회복한 요인으로 충격 흡수장치를 갖춘 산업 포트폴리오 역동적인 내수시장 적절한 정책 대응 지속적인 구조조정 성과 등을 꼽는다.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은 IT(정보산업)비중과 수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 미국 등 선진국이 기침을 하면 폐렴에 걸리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 조선 전자 철강 유화 등 알찬 "굴뚝산업"을 갖췄다. IT의 부진을 자동차 조선 등의 호황으로 메웠다. 또 홍콩 싱가포르와 달리 5천만명에 육박하는 내수시장도 든든한 뒷배경이었다.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시장 급팽창,카드를 통한 소비혁명 등 한국인들의 소비 역동성에 대해선 외국인 애널리스트들도 혀를 내두른다. 덧붙여 정부의 과감한 재정 조기.확대집행,특소세 등 감세와 한은의 콜금리 인하도 한몫했다. 또 국내에선 지지부진해 보여도 그간 구조조정 노력이 한국 경제의 위기대처 능력을 키웠다는 게 해외의 평가다. 잠재 불안요인이던 대우차 하이닉스 한보철강 등 부실3사의 처리도 가닥을 잡고 있다. 또 은행들은 부실채권 비율은 선진국 수준인 3%선으로 낮췄다. 내수가 끌고 수출이 밀고=올해 정부는 상반기 내수위주 경기회복,하반기 수출.투자를 통한 정상궤도 진입으로 거시경제정책 운용구도를 짰다. 내수는 올해도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수출이 3월중 바닥을 통과해 회복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신국환 산자부장관은 "3월 수출이 5%가량 감소한뒤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올 가을께 두자릿수 증가가 예상된다"며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10%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신 장관은 이런 수출회복을 통해 5%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철강 유화제품 등의 국제가격이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또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유럽의 경기가 탄력을 받고 있고 중국도 올해도 7%대 성장이 예상돼 수출전선은 한결 밝아 보인다. 일본시장을 제외하면 큰 걱정거리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6%이상 성장 가능하다=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3.7%,전분기에 비해선 1.6%였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미국처럼 전분기 대비 연율(분기성장률x4)로 보면 이미 6% 수준의 성장세"라고 진단했다. 6%이상 성장하려면 내수신장세 유지 수출.투자 본격회복 인플레 압력 차단 대외 경제여건 안정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현재 주변환경에 비춰 다소 변수는 있어도 기조 자체가 흔들릴 여지는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공식 성장전망은 4%대이지만 내부적으론 5%대 성장 가능성을 솔솔 흘러나온다. 장승우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22일 강연에서 "올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이 가능하다"며 가장 먼저 5~6% 성장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와 민간의 성장기대치가 한결 좁혀진 셈이다. 복병도 있다=그러나 이렇듯 장미빛 시나리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미국경제의 회복에 대해 1백%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모건스탠리의 저명한 애널리스트 스티븐 로치는 최근 방한해 미국경제가 W자형으로 회복과 침체를 거듭하는 소위 "더블딥(Double-Dip)"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에서도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주시해야할 대목. 또 엔저와 일본의 금융위기로 국제금융시장이 동요치거나 원화환율이 고공비행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 유가도 당초 서서히 오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미 배럴당 25~26달러로 치솟았다. 국내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 기대심리로 시장금리가 치솟는 것도 역시 변수다. 유가 환율 금리 등의 "3고(高)"가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집단이기주의,정치.사회 불안정이 고조돼 경제정책의 안정기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지금 한국 경제에 내버려둬도 그런대로 굴러갈 기반을 갖췄다. 경제의 외풍(外風)을 막는 것이 현정부의 남은 1년간 핵심과제인 것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