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이홍주 변호사 등 연수원 31기 동기 3명이 이달 오픈한 '사람과 법' 법률사무소. 이 신생 로펌(법률회사)은 '중소기업 법률서비스로 특화한다'는 영업 전략을 택했다. 신출내기 변호사들로서 대형 로펌이나 선배 변호사들과의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특한 '영업 타깃'을 정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우리는 중소기업 고객들을 '친구 회사'라고 부른다"며 "친구처럼 고객과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해 올해 20여개 중소기업들과 고문계약을 맺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중견 로펌인 법무법인 두우는 국내 최초로 연예 문화 등 엔터테인먼트 사건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청담사무소'를 개설했다. 벤처.중소기업 금융 의료 분야 등은 이미 '부티크 로펌'(전문 로펌)의 한 분야로 정착단계다. '틈새 시장을 잡아라' '사람과 법'이나 '두우' 사례처럼 중소형 로펌계에 요즘 '부티크 붐'이 불고 있다. 매년 1천명의 새 변호사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중소형 로펌들이 택한 새로운 생존전략이다. 찾아오는 고객을 '기다리는' 방식으론 사무실유지비도 건지기 힘든 처절한 경쟁시대. 변호사들은 특화된 법률 지식으로 무장하고 장터로 고객을 찾아 나서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지난해 8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로펌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법무법인 덕수가 '특화로펌으로의 변신' 전형을 보여줬다. 덕수는 특허전문 로펌 정민특허법률사무소와 합병하면서 '중소.벤처기업 전문 로펌'을 표방했던 것. '인권 소송'에 주력해 왔던 덕수마저도 생존을 위해서는 부티크화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냉엄한 시장현실을 보여준 것. 덕수의 도재형 변호사는 "대기업 고객들은 오래 전부터 대형 로펌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을 겨냥한 부티크 로펌을 지향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결 지평 IBC 다래 I&S비즈니스컨설팅그룹 등은 소위 '벤처열풍'이 불었던 2∼3년전부터 일찌감치 '벤처.중소기업 부티크로펌'을 표방하며 제각기 수십개씩의 기업들과 고문변호사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한빛 서정 우현 등 금융전문 부티크들도 외환위기 직후부터 김&장 등 대형 로펌들과 경쟁하며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매각,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왔고, 92년 설립된 세창은 해상과 보험 전문 로펌으로 자리잡았다. 한강은 국내 유일의 의료전문 부티크로 매년 1백50여건의 의료 관련 사건을 수임하고 1천5백건 가량을 상담해줄 만큼 의료 사고 피해자들의 신망을 받고 있다. 치과의사 출신인 전현희 변호사가 소속된 낮은합동법률사무소도 의료 분야에서는 명성이 높다. 10년 이상의 군법무관 경력 변호사들이 만든 YBL은 국방 전문 로펌이다. 올해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길기관 변호사는 동기생 4명과 함께 부동산 전문 로펌 '산하'를 차리고 경매 하도급 재건축.재개발 등 부동산 건설 영역에 진출했다. 법무법인 한결의 김응조 변호사는 "적어도 한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라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줘야만 대형 로펌 등과 경쟁해서도 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후배 변호사들에게 특정 분야의 '스타 변호사'가 되라고 항상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중.소형 병원들이 '불임 전문' '냄새전문' 등으로 전문화에 나서는 의료계 현상이 법조계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된다"고 말했다. 김후진.이상열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