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탈당으로 사실상 대권행보를 내딛은 현실정치인 박근혜씨가 여성계의 간단치않은 화두로 떠올랐다. "여성의 당대논리는 진보정당이 아닌 여성당"(장정임 여성문화동인 '살류쥬' 전대표) "박근혜를 인정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민주화의 역사적 의미를 완전히 무로 돌리는 것"(김정란 상지대 교수) ▲발단 = 진보성향의 논객인 최보은씨(영화잡지 월간 편집장)가 월간 3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박근혜 지지'의 현실론을 밝힌 것이 논쟁의 불씨를 제공했다. 최씨의 도발적 담론은 여성문화동인 와 안티조선사이트 , 인터넷 언론 , 등의 찬반논쟁으로 옮겨붙으며, 대선을 앞두고 참여의 공간을 모색해온 여성계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박근혜 논란'이 실체를 갖는 것은 무엇보다 박씨가 유력한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첫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성계의 입장에서 이는 지금껏 존재한 적이 없던 정치적또는 페미니즘적 환경이다. 오랜 가부장적 권위주의로 얼룩져왔던 한국의 정치적 지형에서 '여성대통령'이가시권에서 꿈틀거리는 현실은 여성계로서 가슴 설레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후보가 우리 사회 가부장의 표상이랄 수 있는 박정희의생물학적 딸이자, 본의든 아니든 아버지의 후광과 지역정서 등을 유력한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는 현실은 그 이면이다. 최보은씨의 입장에 지지를 표명했던 의 장정임 전 대표는 최근 여성계와 독자들의 반발 끝에 대표직을 내놓는 등 진통은 곳곳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논쟁 = 월간 은 논란이 인터넷 공간 등을 통해 확산되자 4월호에 '페미니스트 조현옥-장정임-김정란' 릴레이 논쟁을 실었다. '여성정치세력연대'의 조현옥 대표는 "여성의 정치참여와 민주주의의 실현은 서로 맞물려 있어야 한다"고 전제,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의 아버지를잊지 못하고 그 시절에 맛보았던 이득을 잊지 못하는 지역 사람들이며, 아버지의 딸로서의 역할에는 개혁이나 민주는 들어설 틈이 없다"고 박근혜를 부정했다. 조 대표는 특히 "그가 여성문제와 관련해 무엇을 했는가"라고 반문하며 "여성들은 그가 '우연히' 여성이고 또 권력의 핵에 가까이 가 있다고 해서 그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김정란 상지대 교수는 박근혜 개인의 됨됨이는 신뢰한다는 전제 아래 "박근혜가 누리고 있는 정치적 후광이 위험한 것은 합리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신화적 요소 때문"이라며 "박근혜가 아버지의 유산을 단호하게 정리하지 않는 한...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김 교수는 "박근혜를 인정하는 것은 박정희를 완전히 복원시키는 일이며 그것은 수십년에 걸친 고통스러운 민주화의 역사적 의미를 완전히 무로 돌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역사가 아닌 어느 곳에 여성의 집을 지으려 하는가"라며 지지론자들을 비판했다. 반면 장정임 전 대표는 "여성 대통령을 만들려면 진보정당이 아니라여성당이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만약 박근혜 같이 대중성 있는 여성과 연대해 가열차게 노력한다면 여성 대통령에 대한 반여성적 정치환경은 바뀔 것"이라며 여성주류화를 위한 현실론을 개진했다. 장 대표는 "박근혜가 박통의 후광 때문에 지위를 얻었으므로 불가하다는 말이 '남성 2세'들에게 적용됐는가"라며 "안타깝게도 이미경, 추미애 의원은 현실적으로박근혜만큼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