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경기회복의 봄바람을 타고 있다. 이달 초 단기급등으로 주춤하던 월가는 지난 주말 쏟아져 나온 경기회복 관련 지표들로 다시 힘을 받는 양상이다. 다우지수는 지난 15일 90포인트의 상승에 힘입어 주간으로 0.3% 오르는 등 5주 연속 상승기록을 이어갔다. 나스닥도 주간하락폭(3.2%)은 컸지만 주 후반 1,868.29를 기록하며 꼬리를 드는 모습이었다. 이번 주 화요일(19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조정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금리인상은 빨라야 5월에나 이뤄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분간 금리는 증시를 움직이는 중요 변수가 되지 못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 15일 발표된 세 가지 경기뉴스를 "경기회복을 확실히 알려주는 원-투-스리 펀치였다"며 "이제 미국경기는 2단계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첫번째 펀치는 생산자물가지수.노동부는 2월지수가 0.2% 올랐다고 발표했다. 수치만으로는 전문가들의 예상(0.1%)보다 다소 높지만 에너지와 식품을 빼면 물가변동은 없는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없애주는 수치들이다. 두번째와 세번째 펀치는 산업생산과 소비자감정지수.FRB에서 발표한 2월 산업생산(공장가동) 증가율이 0.4%로 예상(0.2%)치를 두 배 웃돌며 제조업도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미시간대학의 3월 소비자감정지수(사전조사)는 95.0으로 2월의 90.7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이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인 93.0보다도 웃도는 동시에 1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같은 거시경제지표들의 호전이 당장 기업들의 수익 증대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기술주들의 수익 전망은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도 적지않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인 닉 사르겐은 "경제뉴스들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기업 수익이 긍정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수익 부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세계 2대 소프트웨어 메이커인 오라클.이 회사는 지난 14일 장이 끝난 뒤 기업들의 기술부문 투자 부진으로 매출이 감소해 이번 분기 이익이 13% 줄어들었고 조만간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라클 주가는 이 발표 다음날 6.3% 하락한 주당 12.6달러로 주저앉았다. 오라클 외에 루슨트테크놀로지 노키아 등 많은 기업들이 향후 전망을 어둡게 내놓았다. 그러나 오라클이 급락한 날 다른 소프트웨어 메이커인 아도브시스템스는 분기수익이 30% 가량 줄어들었다고 발표했지만 예상보다는 좋다는 판단으로 주가가 7.1% 올라 대조를 보였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뱅크원 등 금융주들과 디즈니를 비롯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강세를 보였다. 19일 합병관련 주주총회를 앞둔 휴렛팩커드와 컴팩은 지난 주 모두 약세를 기록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