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kim@hanmiparsons.com 최근 재건축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아파트 단지에 내걸린 '경축 안전진단 통과'라는 플래카드를 종종 볼 수 있다. 아파트가 노후화돼 붕괴될 위험이 있으니 기존 건물을 해체하고 재건축을 해도 좋다는 승인을 얻었다는 뜻이다. 살고 있는 아파트가 안전하지 못하고 자칫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어떻게 축하받을 일이 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우리 시대가 낳은 비뚤어진 자화상이요 희대의 진풍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지은 지 불과 20년 남짓한 멀쩡한 아파트들이 헐리고 있고,건설업체와 입주자들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또 다른 아파트 숲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토록 왜곡된 재건축사업 추진 과정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몇 가지 병리현상이 내재돼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우리 의식구조를 지배하고 있는 비상식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다. 물론 플래카드의 속 내용은 '안전진단 결과와 달리 건물은 멀쩡하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경축한다'는 의미겠지만,우리 사회의 그릇된 가치관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이다. 다음은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의 상실이다. 안전진단은 자격과 면허를 갖춘 전문가 집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통계에 의하면 1988년부터 작년 말까지 총 1천68건의 안전진단 중 1천64건이 통과돼 통과율이 1백%에 육박하고,용역비는 경쟁 심화로 납득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제도적인 문제 또한 심각하다. 재건축 제도의 핵심은 용적률이다. 당초 1백∼1백50%의 용적률을 2백50∼3백%로 완화함으로써 허물고 새로 짓는 비용을 제외하고도 더 넓은 집으로 입주할 수 있는 제도 때문에 재건축 사업이 가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용적률 증가로 인한 도시 과밀화나 물리적 주거환경의 악화라는 역기능은 아예 도외시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재건축 예정인 강남의 10평짜리 아파트 가격이 4억원을 웃돈다니 가히 잘못된 제도로 인한 문제의 결정판이라 할 것이다. 국민소득이 높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 사회는 소위 사회지도층이나 가진 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조차 비상식적인 병리현상에 깊이 물들어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해 보인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도시,건강한 사회를 물려주기 위한 체계적 노력을 경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