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주식투자가 워런 버핏(72)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27세때 1백달러를 투자,현재 3백30억달러의 재산으로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 부자서열 2위인 그가 손실을 내기 시작한 것.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우량주 중심의 가치투자(value investment)의 대가인 버핏의 대실책을 크게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금융기관인 벅셔 해서웨이의 회장인 그가 1998년 재보험회사 제너럴리를 인수한 것은 큰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버핏 회장은 재보험사업의 돌발적인 위험을 과소평가했다가 지난해 9·11테러로 25억달러의 보험금을 지급하느라 영업손실을 입었다는 게 이 신문의 진단이다. 버핏 회장도 최근 벅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노아의 법칙(the Noah rule)'을 어기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실토했다. 대홍수가 날 것을 알았지만 배를 만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편지에서 "벅셔의 순자산이 37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며 "앞으로도 과거같은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벅셔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 질레트 워싱턴포스트 웰스파고은행 무디스등의 주식을 각각 5억달러 이상씩 보유하고 있는 미국 최대 지주회사이기도 하다. 벅셔의 순자산은 지난 65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22.6%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자산이 6.2% 줄어들었다. 9·11테러 이후 보험금지급 증가와 주가하락등으로 4천7백만달러의 경상손실을 기록하는등 순익이 전년(33억달러,주당 2천1백85달러)보다 75% 격감한 7억9천5백만달러(주당 5백21달러)에 불과했다. 이에따라 주당 7만달러를 웃도는 벅셔의 주가는 상승장세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5% 떨어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버핏 회장은 '어두운 전망'의 배경으로 "단기적으로는 9·11테러의 충격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뿐더러기본적으로 향후 10여년간 주식시장이 그렇게 밝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지난해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쉽게 끝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고 투자가라는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투자전략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최근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고 그대신 정크본드 투자비중을 늘렸다. 이는 나스닥의 신경제주식보다는 철저하게 구경제주식을 중심으로 투자해오던 그의 가치투자 전략에 일대 변화가 일 것임을 예고하는 사건이다. 이정훈 기자·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