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의 국제거래에 대해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다. 해외투자,기술과 상품도입 등 정상적인 국제거래에 묻혀나가는 탈루소득은 물론,해외이민자의 재산정리 과정과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서도 호화사치 여행을 일삼는 해외여행객까지 들여다 본다는 게 국세청 방침. 국세청 한상률 국제조사담당관은 "국제거래를 통한 세금탈루를 철저히 검증하는 것은 경제성장의 과실이 국외로 유실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강력한 조사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국제거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의 세금빼먹기 수법역시 계속 발전하고 있어 과학적인 감시망 확충이 시급하다. 세금탈루 유형=1차 조사때 덜미가 잡힌 A에이전시사는 국내 학습지 판매사인 B사가 해외의 학습지 제작 업체로부터 국내 독점판매권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외국법인과 에이전트 계약을 해줬다. A사는 B사가 지불한 저작권료의 10%를 중개 수수료로 받은뒤 일부만 국내로 들여왔다. 나머지 3백30만달러는 해외의 비밀계좌에 예치,세무신고에서 뺐다. A사엔 소득세 등으로 19억1천만원 추징됐다. P씨는 해외의 의료기기회사 국내대리점을 개인명의로 운영하다 해외 제조사와 합작으로 국내에 판매법인 C사를 설립했다. P씨는 이때 개인명의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해지하는 보상금으로 4백80만달러를 받았다. 물론 이 돈은 해외로 빼돌려졌고 세무신고에서도 누락됐다. C사는 판매장려금 28억원도 경비로 꾸며 소득을 축소했다가 56억6천만원이 추징됐다. 선박을 중개하는 D사는 좀더 교묘한 경우.D사는 해외선주와 국내 정유사간에 선박 임대를 중개하고 거액의 수수료를 받았다. 그는 이 돈을 국외소득 면제국인 홍콩에 있는 관계회사 E사의 대리점에 개설한 장부외 계좌로 입금,세무신고를 기피했다. 이 돈은 해외의 선주가 지급하는 "선장 선용금"이란 특수한 명목으로 위장돼 국내로 들어왔다. 임대 선박이 국내로 입항했을때 선장에게 지급한 것처럼 회계처리 된 것. 무역업체 대표이사인 L씨는 전형적인 국부유출형 "잡범".그는 지난 98~99년 20차례 해외를 오가면서 홍콩과 마카오에서 도박비로 6만5천1백42달러를 썼다. 그러면서도 세무서에는 개인소득이 전혀 없는 것으로 신고했다. 회삿돈을 유출해 해외에서 탕진한 사례.그에겐 법인세 등으로 12억2천만원이 추징됐다. 근절대책은 없나=국세청은 국제거래 탈세혐의를 잡기위한 전용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개발중인데 최대한 빨리 가동시킨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99년4월 외환전산망이 가동된 이후 각 은행의 해외송금 등 1천2백만건의 자료가 들어있다. 이 자료가 기존의 국세청통합 전산망 자료와 연결돼 단일 시스템내에서 세무신고 내용이 자동 분석된다. 한국은행의 외환전산망에 올라가는 외환자료도 이 곳으로 넘어온다. 국세청은 또 조세협약이 체결된 54개국과 국제거래 정보교환을 확충하고 관세청과 업무협조로 늘인다는 방침.전환사채(CB) 등 국제자본시장을 통한 탈루감시는 금융감독원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보다 절실한 대책은 수준높은 국제조사 요원을 대거 길러내는 것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