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이 혼란스럽다. 지난주 후반 예상치 않게 진행된 달러/엔 환율의 급전직하에도 불구, 달러/원 환율은 하락이 제한되는 '나홀로 장세'를 연출했다. 장중 수급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가 뚜렷한 가운데 숨겨진 수요가 꽤 많았음을 입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엔 환율이 가진 지표로서의 역할이 크게 위축된 데 당황한 분위기며 이같은 장세의 연장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엔화의 그림자에서 탈피, 독자노선을 걸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수급 상황에 대한 판단은 쉬이 예측이 어렵다. 이번 주( 3. 11∼ 3. 15) 환율은 엔 추세 전환에 대한 시각차를 바탕으로 재료에 따른 수급상황의 파악이 관건이다. 달러/엔 환율이 130엔대를 향해 재반등할만한 여지와 함께 3월말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견해가 상존하고 있다. 수급상황은 달러/엔의 변동에 따라 업체 네고물량 공급과 결제수요 등이 한쪽으로 재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환율은 대체로 1,310원대를 주무대로 삼을 전망이다. 엔/원 환율은 지난주 원화와 엔화간 괴리감이 두드러지면서 100엔당 1,000원선을 거뜬히 회복, 3개월여중 가장 높은 1,030원까지 근접했다. 어느정도 엔/원 크로스거래에 대한 손절매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나 추가 상승의 가능성도 남아있다. ◆ 1,320원대 진입 어려움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4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304.50원, 고점은 1,320.07원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306.50원, 고점인 1,323원에서 아래로는 확대된 반면 위로는 낮아졌다. 위쪽으로 10명의 딜러가 1,320원이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으며 2명이 1,323∼1,325원까지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나머지 2명의 딜러가 1,315∼1,318원에서 고점 형성을 예상했다. 아래쪽으로는 1,305원을 저점으로 본다는 견해가 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1,307∼1,310원에서 4명의 딜러가, 1,300∼1,303원에서 2명이 점쳤다. 소수 의견으로 1명이 1,290원으로 전망했다. ◆ 1,310원 지지력 테스트 = 지난주 환율은 1,310원에 대한 지지력을 확인했다. 달러/엔 환율이 133엔대에서 126엔대까지 '추락'했음에도 네고물량 공급이 뒷받침하지 못한 탓. 정유사 등의 결제수요와 국책은행 매수세가 이어진데다 엔/원 환율의 포지션 조정을 위한 거액의 손절매수가 가담했다. 주초 1,320원대의 흐름은 달러/엔 급락에 따라 지난주 금요일 장중 5주중 최저치인 1,306.50원까지 하락한 뒤 재반등하는 '전약후강'의 장세를 연출했다. 엿새째 하락은 지속됐음에도 실질적인 달러매도심리는 약했다. 주초 나흘간의 주식순매수를 잇던 외국인은 중반들면서 방향을 전환, 사흘째 순매도로 돌아서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이 됐다. 시장 분위기 파악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은 이번주 안정감 회복을 위한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알려지지 않은 수급상황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럭비공같은 달러/엔 등은 변덕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 달러/엔 변수 풀이 = 달러/엔 환율을 놓고 3월말까지는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의 3월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둔 해외 현지법인의 본국송환을 위한 엔화 수요, 일본 정부의 증시부양책을 통한 닛케이지수의 상승세, 해외투자자들의 일본 투자 확대 권고, 미국의 경기회복 가능성 확대에 따른 일본의 수혜 등이 엔 강세를 야기했던 셈. 추가 하락한다면 125∼126엔에서 바닥권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변수다. 그동안 135엔대까지의 상승을 불러왔던 것이 급락하는 미끄럼을 타자 지난주 후반 잇따른 구두개입이 나왔으나 별다른 실효를 보지 못한 탓에 실질적인 개입 가능성도 있다. 닛케이 지수의 상승이 조정을 받는다면 효과적인 개입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하에 130엔대 진입도 가능할 수 있다. 달러/엔의 변수 풀이가 중요할 수 있으나 개장가에만 이를 반영한 뒤 장중에는 서로 등을 돌리는 장세가 드러날 수도 있다. 엔에 동반된 수급 파악이 중요한 이유.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엔 추세 전환에 대한 시각차가 일부 존재하나 달러/엔을 무시하는 것은 연결고리를 무시한 처사가 될 수 있다"며 "달러/엔이 125엔 정도에서 바닥권을 형성하고 네고물량의 공급이 이뤄진다면 1,300원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엔이 130엔을 넘는 급등세를 보여도 1,320원대에서는 대기매물벽이 있다. 엔/원 환율을 놓고 벌어진 거액의 손절매는 지난 주 후반 이틀새 40원에 가까운 폭등세를 불러일으켰다. 포지션을 대거 처분하면서 달러/원의 수요가 됐으며 이는 또 펀더멘털과의 괴리를 증폭시켰다. 수출업체들의 요구와 실물경제지표 가운데 유독 감소세를 띠고 있는 수출 회복을 위한 당국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된 것이 아毬캑?일부의 의혹도 있는 상황. 국책은행과 정유사가 이에 가세했다는 것. 이번주에는 이같은 엔/원 환율의 폭등은 없는 가운데 1,020원대에서 호흡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급이 펀더멘털을 반영한다면 하락의 길을 택할 수도 있다. 지난주 후반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도는 주초 역송금수요로 환율 상승을 유도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달러/엔과 함께 외국인의 주식 매매 동향에 관심을 가지면서 환율에 이를 반영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