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1998년에서 작년 상반기까지 약 38% 증가했는데,이는 같은 기간 국민소득(명목GDP) 증가율(20%)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특히 가계의 금융부채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은행대출액은 같은 기간 중 무려 1백8%나 급증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가계부채의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금융자산·금융부채비율'이 98년도의 2.9배에서 지금의 2.5배로 하락한 사실에도 반영되어 있는데,이는 선진국들의 4∼5배 수준에서 더욱 멀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가계대출이 현재수준에서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앞으로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금융시스템에 대한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난 현금서비스,카드론 등은 금융부실의 씨앗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우려들은 가계부채의 급증이 향후 '부채-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심각한 불안요소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즉 국내외의 경기회복이 단기간 내에 가시화되지 못할 경우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자산 가격의 하락이 유발되어 민간소비의 감소로 이어진다면 심각한 경기부진이 초래될 수도 있다. 즉 일본의 경우와 같이 부동산 담보가치의 하락이 금융기관을 부실화시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금융·실물 복합불황의 사태가 진행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부동산가격도 비교적 강세를 보이고 있어 가계의 대출상환능력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향후 금리상승이나 부동산가격의 급락이 일어날 경우 금융불안정의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지게 될 것이다. 더욱이 우리 금융시스템의 외부충격에 대한 대응능력은 국내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특히 일본경제의 불황 지속으로 엔화가치는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며,이로 인한 원화환율의 불확실성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금리를 높일 수도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할 때 현재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단순히 비관론자들의 기우로 치부해서는 안될 일이다. 최근의 가계소비 증대는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높여 구조조정의 틀을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외부충격에 대한 대응능력이 아직 미흡한 국내 금융시스템의 현상태를 고려할 때,특정부문에 대한 신용집중이 금융시장의 과민변동성(excess volatility)의 원인이 되어 경기변동의 진폭을 확대시키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정부가 제시한 신용카드 발급요건의 강화와 대손충당금 확충은 바람직하며,여기에 덧붙여 금융기관의 신용위험관리(신용한도조정,대출심사강화 등) 실태에 대한 점검에도 나서야 한다. 한편 최근의 가계대출 급증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는 가계로 집중되고 있는 대출이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어 결국에는 기업부문의 성장을 제약하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금융기관의 자금이 설비투자와 같은 생산적 부문으로 원활히 흘러갈 수 있도록 자기자본규제의 탄력적 운용과,금융기관 내부의 신용위험(credit risk) 관리능력 제고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특히 금융기관은 대출심사·신용한도설정을 담당하는 인력을 전문화시키기 위해 일정한 자격을 갖추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신용관리를 담당하는 인력에게도 적절한 위험관리능력이 있음을 인정하는 자격이 필요한데,이는 위생적인 요리를 하는 주방장에게 요리사 자격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hahyunjo@hanmail.net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