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군주 일가가 전권을 행사해온 중동 소국 바레인은 14일 입헌군주제를 선포하고 오는 10월 24일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바레인은 특히 여성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동시에 부여했다. 대부분 토후나 이슬람 군주(술탄) 통치 체제인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국가 중정부 감시기능을 지닌 선출 의회를 두기로 한 것은 바레인이 처음이다. 바레인 통치자인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는 지난 해 통과한 수정헌법에 동의해 자신이 국왕에 즉위하고 국체는 왕국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바레인국민은 1년 전 국민투표에서 수정헌법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셰이크 하마드는 총선에 앞서 5월 9일 지방선거를 실시하고 헌법재판소와 국가재정 감시기구를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회는 양원제로 구성해 한 쪽은 각계 전문가를 임명하고 다른 쪽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 수정헌법에 따라 행정기관을 감시할 권한은 본질적으로 의회에 귀속한다. 그러나 최종적인 국사 결정권은 국왕이 행사한다. 바레인 재야세력은 입헌군주제 개혁을 환영하면서도 최종 재가권의 국왕 귀속과 임명직 의원이 포함된 양원제 채택을 비판했다. 이슬람민족일치협회(INAA)는 "개혁조치를 지지한다. 하지만 더 많은 투명성과 민주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레인 야권은 대부분 이슬람 시아파 성향이다. 바레인을 보호령으로 통치했던 영국은 현지 대사를 통해 바레인 국민이 새로운 체제와 기회를 활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웃 중동국가인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쿠웨이트 등도 모두 환영 성명을 전했다. 쿠웨이트는 바레인이 역사적전환점을 맞았다고 논평했다. 걸프 연안국 중에는 쿠웨이트가 유일하게 의회를 뒀지만 여성에게는 선거권이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오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세습 왕가 통치체제이며 임명직 협의체가 의회 역할을 대행한다. 아랍에미리트대학의 중동정치 전문가 압둘-칼리크 압둘라 씨는 "바레인의 입헌군주제 선포는 전통적인 토후 체제를 유지해온 중동의 보수정치 풍토를 뒤업는 일대 진전이다"고 평가했다. 중동 석유수송과 항공교통의 중심인 바레인은 미국 해군 제5함대가 진주한 군사요충지이며 바레인의 정치적 안정은 서방권의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관련해 있다. 1990년대 바레인 시아파 정당들은 정치개혁을 도모하기 위해 궐기했으나 군사력을 동원한 알 칼리파 왕가의 개입으로 40명이 사망하고 진압됐다. (마나마 AP 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