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마친 증시가 활짝 웃으며 2월 들어 벌어진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 국내 증시를 압박하던 해외 악재가 완화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고 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의 매각 협상 타결 임박이라는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다. 연휴 기간 동안 네 차례 열린 뉴욕증시는 기술주를 위주로 반등을 일궈냈다. 다우와 나스닥지수는 이 기간 각각 3.7%, 4.3% 상승했다. 일본증시도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경고를 뚫고 이날까지 닷새 연속 올랐다. 닛케이225지수는 10,000선을 회복했다. 또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과 전쟁에 돌입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전쟁고조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여기에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메모리사업부문 매각협상이 이견을 보이던 가격차이를 좁히고 사실상 타결됐다는 소식이 매수세에 불을 지폈다. 수급상으로는 외국인이 강한 매수세를 보이며 선물저평가와 옵션만기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과 개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흡수했다. 2월물 옵션 만기를 맞은 변동성은 크지 않다. 최근 매수차익거래잔고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소량의 옵션 연계 매물을 받아내기에 충분한 매수세가 버티고 있다. 전 업종이 고른 오름세를 보이고 650종목이 넘게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가파른 오름세가 단연 돋보인다. 삼성전자는 개장 이후 줄곧 상승폭을 넓히며 9% 이상 급등, 지난 2000년 7월 21일 이후 18개월여만에 처음으로 35만원에 등정했다. 14일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20분 현재 전거래일보다 36.83포인트, 4.98% 높은 776.49를 가리켰고 코스닥지수는 74.75로 1.87포인트, 2.57% 올랐다. 주가가 20일 이동평균선을 축으로 하방경직성을 확인한 데다 주도주와 매수주체가 떠오름에 따라 시장관심은 전고점인 787돌파 여부에 쏠려 있다. 개선된 여건과 투자심리를 감안할 때 지난해 미국 테러 이후 형성된 급등 후 짧은 조정을 거쳐 다시 레벨업을 시도하는 트랜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많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뉴욕증시의 안정적인 흐름이 우선 지적된다. 뉴욕증시가 기술적 반등 수준을 넘어 엔론에서 촉발된 불신을 완전히 떨쳐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급등을 이끌어낸 하이닉스의 매각 협상은 MOU 체결을 넘어 완전 타결되기까지 헐값매각 논란, 소액주주 보호 등 산적한 문제를 쉽게 풀어가긴 힘들어 보인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시장은 분산된 호재가 응축되며 거래가 급증한 가운데 강한 탄력을 과시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살아있는 반도체와 금융주에 대한 접근이 유효해 보인다. 다만 한꺼번에 받아들인 호재가 기대감과 어우러지며 선반영된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뉴욕증시에서 악재가 희석된 데다 하이닉스에서 호재가 터지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개선됐다"며 "시장분위기를 고려할 때 전고점을 넘어 800선 돌파를 시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 팀장은 "조정을 기다리다보면 매수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 등 IT관련주와 은행주 그리고 철강, 화학 등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매수 후 보유 전략을 구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