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 '브랜드 팬클럽'을 키워라..충성도가 매출 확대 디딤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우리는 브랜드 파워와 제품력이 막강하다. 이게 우리의 최대 경영자원이다. 결국에는 우리같은 기업과 인프라를 장악한 회사 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이 2000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 얘기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던 당시, 급부상하는 벤처기업의 위협에 대한 느낌을 묻자 웰치는 자신만만하게 이렇게 답했다.
닷컴의 거품이 어느 정도 정리된 지금 잭 웰치의 판단은 상당 부분 옳았음이 입증됐다.
그의 얘기는 또 브랜드 가치가 기업 경영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는 좋은 사례로 남아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의 주식을 ''브랜드 칩(Brand Chip)''으로 명명하고 이들 종목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한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기업의 제품은 시장 점유율이 높아짐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게 되고, 기업가치 상승은 또 다시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가 곧 기업의 가치라는 명제는 기업 마케팅의 ABC로 자리잡았다.
이제 문제는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올리느냐다.
브랜드스톡의 왕윤호 팀장은 "그 지름길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마니아 그룹을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자사 브랜드에 대해 애착을 가진 마니아를 많이 확보할수록 그 회사는 든든한 매출 기반을 갖게 되고 더 나아가 기술적으로 비슷하거나 더 앞선 경쟁사와 맞붙더라도 입지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고급 자동차 소비자들이 볼보 S80 시리즈에 장착된 세계 최고의 덴마크제 자동차용 스피커 ''다인오디오 우퍼''보다 BMW나 벤츠의 오디오 시스템이 더 좋다고 평하는 것이 바로 이런 사례다.
스피커 자체로만 보면 다인오디오 우퍼가 앞서지만 자동차의 브랜드 파워에서 볼보가 BMW나 벤츠에 뒤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산 고급차를 타는 사람이 원래 부착돼 있던 스피커를 BMW에 달린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제품으로 바꾸고 ''소리가 더 좋아졌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모두가 ''내가 좋아하는 고급 브랜드에 속한 것은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하는 브랜드 마니아들의 엄청난 충성심의 산물이다.
한국 일본 등에서 명품 마니아가 급증하면서 기존 소비자 그룹인 부유층은 물론 중류 수준인 20대 직장 여성들 사이에서도 명품 바람이 불어 매출이 오른 것은 브랜드 마니아들의 위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국내에서 브랜드 마니아들은 다음 네이버 프리챌 등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수천개의 클럽을 결성해 활동 중이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동호회는 오프라인으로까지 영역을 넓혀 관계를 유지하고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반대로 안티사이트(Anti-site)의 활동도 만만찮다.
특정 브랜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만든 사이트의 수는 마니아 클럽의 2~3배가 넘고 불매운동, 시민단체와의 연대 등으로 인해 표출되는 이들의 파괴력은 대단하다.
브랜드스톡 관계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니아 클럽을 적극 육성하라"고 권한다.
자연발생적인 안티사이트를 막을 수는 없으므로 차라리 충성도 높은 마니아를 키워 이에 대응하라는 것.
이미 현대자동차(www.hyundai-motor.com) 삼성전자 애니콜(www.anycall.com) KTF Na(na3.nacross.com) 빈폴(www.beanpole.co.kr) 등은 자사 사이트 안에 마니아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보다 체계적으로 브랜드를 관리하려면 별도의 브랜드 자산 관리팀을 운영하는게 좋다.
현재 자기 회사의 브랜드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모르고서 브랜드 자산을 키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 관리팀을 최고 경영진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다른 어떤 전략보다 브랜드 전략을 우선할 수 있게 하는게 중요하다.
코카콜라 나이키 인텔 소니 등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들은 오랜 기간 전략적으로 브랜드를 관리해 왔다.
소니는 일본 본사 안에 CI 및 지적관리팀을 두고 브랜드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IBM은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IBM이라는 통합 브랜드로 결집하고 전담팀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상품 위주(PM.Product Manager)로 구성된 국내 기업의 마케팅 조직을 브랜드 위주(BM.Brand Manager)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계적 기업들 가운데서도 앞장서 브랜드 매니저 조직을 만든 P&G가 수익성 없는 브랜드를 없애거나 새 상품의 개발권한까지 브랜드 매니저에게 줬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P&G는 브랜드 매니저를 중심으로 제품 정책을 펴 성공을 거둬 왔다.
왕윤호 팀장은 "브랜드 자산은 단기간의 이벤트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혼란스럽게 여러가지 전략을 펼칠 경우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체계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