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책임자나 담당자의 잦은 교체만큼이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또 있다. 훈수꾼이 너무 많다는 것.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부실 금융회사의 매각을 예로 보자. 나랏돈이 들어가니 재무당국인 재정경제부는 당연히 관여한다. 부실금융회사에 대한 처리업무다 보니 금융감독위원회도 빠질수 없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실무의견을 낸다. 민관합동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출범하고부터는 여기서 ''옥상옥'' 역할까지 한다. 재경부는 공적자금을 집행하면서 이 위원회에 보고할 법적인 의무가 없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 밖에 없는 부실금융회사 처리와 관련해서는 모든 것을 보고한다. 위원회 산하에는 공무원들이 주축인 사무국이 있고 매각심사소위원회도 있어 실무를 심의한다. 이런 ''상전''들과 함께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파트너를 물색하고 자산관리공사는 부실채권 매각을 모색한다. 매년 국정감사때면 의원들까지 가세, "누구 책임하에, 누가 결정한 일이냐"고 고함을 지르지만 주체만 많을뿐 책임지는 곳은 별로 없다. "나중에는 증권금융에서까지 불만을 제기했다" 현투증권 매각협상에 관여했던 금감위 관계자의 회고다. 현투증권에 공동투자할 공적자금 9천억원을 증권금융을 통해 투입키로 했는데 증권금융 이사진들이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다"며 뒤늦게 문제 제기를 했다는 것. 협상장의 주전 선수들에게 힘이 쏠리기도 어려운 구조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