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돌아가는 것 파악하랴 새해에도 아마 정신없을 겁니다. 외환·금융 시장이라도 안정돼 준다면 좋겠지만…" 과천 모 경제부처 과장의 새해 전망이다. 국내 경제가 주요 변곡점에 들어선 데다 정치적 변환점까지 겹치면서 2002년에는 경제관료들의 어깨가 과거 어느 때보다 무겁다. 당장 상반기 지방선거에서 어떤 인물들이 단체장이 될지에서부터 연말 대선에서 어느 당의 누가 대권을 잡을지에 경제관료들의 온 시선이 모아져있다. 관료들 스스로도 정치에 관심이 적지 않다는 것을 공공연히 밝힐 정도.진념 부총리가 경제에는 임기가 없다고 신년사에서 밝혔으나 정치권 동향이야말로 임기없는 경제의 결코 적지 않은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신년 벽두부터 풀어야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대우자동차의 GM매각,현대 증권3사의 AIG매각,서울은행 처리,하이닉스반도체 정상화,대한생명 국제매각,한보철강 매각 등 주요 경제현안중 어느 것 한가지 매듭짓지 못한채 새해를 맞기 때문.특히 이들 6대 구조조정 현안은 한결같이 현 정부가 구조조정 역량을 총동원,조기 해결을 장담해온 숙제들이다. 이들 사안은 지난 연말 이후 꽤 진척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삐끗하면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두차례 선거가 다가올수록 '외풍'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칠어 질텐데 이를 어떻게 막아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권말기에 들어서면서 부처간,정부·산하기관간 공조체제에 금이 갈 수도 있다"며 "각종 현안을 마무리만 잘 해도 상당한 성공"이라고 말했다. 6대 현안외에도 일거리는 산적해 있다. 재경부 모 사무관은 "엔저대책 등 환율문제가 동아시아 전체의 지역현안으로 부각될 수 있고 계속 내리막 길을 걷는 수출대책,4%로 정한 경제성장률 달성,주가 상승기조 다지기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들"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도하 뉴라운드가 출범하면서 농업 환경 노동 반덤핑 지식재산보호 등 후속협상에서 우리 몫을 챙겨야할 국제적인 이슈도 올해는 산적해 있다. 간부들이 정치 상황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면 실무자들로서는 현안에 매달리기 어려워지는 것도 현실이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경제관료 2백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내년도 대선이 현재의 정당 구도대로 간다면 어느 당 후보가 이길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70%인 1백68명이 한나라당이라고 응답한 것은 이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공무원들의 줄서기로 어어지지 않을지…"라는 우려도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