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7:36
수정2006.04.02 07:39
올해는 임오(壬午)년 말띠 해다.
말(馬)은 화석이 많이 남아 있어 진화과정이 비교적 잘 알려진 동물이다.
약 5천8백만년 전의 에오히푸스(Eohippus)라는 여우만한 크기의 동물이 말의 가장 오래된 조상이라고 한다.야생마의 가축화는 소 개 양보다는 늦지만 BC 3000년께 중앙아시아의 고원지대에 살던 아리안인들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말 사육은 선사시대부터 이뤄진 것으로 짐작되나,문헌상으로는 부여·옥저·고구려 등지서 이미 목장을 설치해 소 돼지와 함께 말을 기른 것으로 돼 있다.
우리 나라엔 말띠 여성은 '대가 세다' '팔자가 드세다'는 등의 속설이 퍼져 결혼상대로 기피당하고,말띠 딸은 이래저래 '서러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조선시대 성종 인조 효종 현종 고종 등 다섯 왕의 왕비가 말띠였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 고유의 풍습이 아님은 확실한 것 같다.
아마도 일제시대에 일본쪽에서 들어온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 풍습은 영화에도 등장했다.
젊은 김기덕 감독이 아닌 왕년의 김기덕 감독 작품에 '말띠 신부'라는 영화가 있었다.말띠 해인 1966년 작품으로 황정순 엄앵란 최지희 허장강 신성일 김희갑 박암 윤일봉 등 당대의 인기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말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타파하기 위해 만든 영화로 '귀여운 악녀'들로 등장하는 말띠 신부들이 거짓 임신을 빌미로 남편에게 봉사와 금욕을 강요하거나 친구를 성희롱한 사장을 혼쭐내는 해프닝을 그렸다.
한때 여학생들의 장래희망은 현모양처가 압도적인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여자도 당연히 직업을 가져야 하는 시대이며 사관학교도 여생도를 뽑고 얼마전엔 장군이 탄생하기도 했다.
역술가들은 말띠가 명예욕과 사회성이 강하다고 하는데 지금은 터부라기보다는 장점으로 여길만한 성품이다.
말띠 해의 여아 기피풍조로 1990년 여아 1백명에 남아 1백16명의 불균형이 빚어졌는데 말띠 여자가 시집가기 어렵다기보다는 남자가 오히려 장가들기 힘들다고 보아야 바른 계산이 아닐까 싶다.
양정진 논설위원 yang2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