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적인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2001년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전후해 굵직한 다국적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계 다국적 기업인 모토로라는 오는 2006년까지 1백10억달러(R&D 투자 포함)에 달하는 대(對) 중국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바이엘은 상하이 남쪽 차오징에 폴리머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비롯 오는 2008년까지 총 34억달러를 새로 투자키로 했다. 일본 마쓰시타 그룹은 '중국내 또 하나의 마쓰시타 건설'을 내걸고 생산.경영거점을 통째로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AT&T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은 최근 중국 현지법인을 아시아 지역 경영본부로 잇달아 격상시켰다. 중국에 외국기업들이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공식적으로 지난 70년대 후반부터다. 중국통계연감에 따르면 지난 79년 이후 지난해까지 20여년간 중국에 들어온 외국자본은 3천6백93억달러(약 4백80조원). 투자건수로는 36만건이다. 이들 외국기업들은 2000년 중국 전체 수출액의 절반을 기여할 정도로 중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대표적인 외국 기업은 폴크스바겐(上海大衆汽車)과 모토로라(摩托羅拉電子)이다. 이들은 중국내 자동차와 휴대폰 시장을 장악, 2000년 각각 2천6백억위안과 2천3백억위안의 매출을 올리고 중국내 외국(합작)기업중 매출 1,2위에 랭크됐다. 이들을 포함해 노키아 에릭슨 GM 필립스 등 매출 순위 30대 중국 진출 외국 기업의 지난 2000년 매출 총액은 2천2백억위안(약 28조원)이다. KOTRA 중국팀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투자자는 여전히 홍콩과 대만기업들. 하지만 그 비중이 하락하고 있고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기업의 투자는 안정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91부터 99년까지 9년간의 투자 실적은 홍콩기업이 여전히 1백55억달러로 가장 많지만 2위는 1백29억달러를 투자한 미국기업들이 차지했다. GM HP 모토로라 등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운 미국 거대 기업의 진출은 외국기업간의 선두 다툼을 더욱 복잡하고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본토기업과의 가격 경쟁에 선진기업끼리의 품질 경쟁이 뒤엉킨 결과다. 그 결과 대도시 소비자들의 안목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진 반면 외국기업들은 선진국 수준의 품질을 중국 시장에 맞는 싼 값에 내놔야 하는 한계 상황에 봉착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끝없는 원가절감에 나서야 하는 상황', '한계상황을 체험하게 하는 나라' 등으로 묘사한다. 특히 WTO 가입으로 각종 투자.수입 제한이 풀리면 중국 진출을 망설였던 외국기업들의 중국행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경영보(經營報) 등 중국 언론들은 지난해 말 중국의 WTO 가입이 확정되자 통신 금융 보험 등 서비스업종에서도 외국기업의 점유율이 급상승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실례로 지금까지 외국은행은 외국기업과 외국인을 상대로 외환거래만 해야 했지만 5년 안에 이같은 거래대상의 제한을 풀어야 한다. 외국인 지분율도 높아져 자산관리업의 경우 33%까지 허용해야 한다. 이같은 변화는 국내 기업에게 도전인 동시에 기회다. 또 변화를 준비할 시간도 주어져 있다. KOTRA 중국팀의 박한진 과장은 "개방 업종이 대폭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중국내 관계법령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라 2005년이 지나야 각종 제한 조치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