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장부에서 9.11 테러가 발생하자 미국의 주요 언론은 '자유, 관용, 번영 등 서방의 가치관에 대한 증오' '세계화 및 문화패권주의에 대한 반발' 등을 테러 원인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의 대표적 좌파 지식인 노엄 촘스키(73.매사추세츠공대 교수)는 9.11 테러를 오히려 "미국의 강경외교정책의 산물"이라고 결론짓고, 미국의 자성을 촉구했다. 「촘스키, 9-11」(김영사)은 9.11 테러 직후 촘스키가 한 달여간 주요 신문이나 방송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엮은 책이다. 촘스키는 당시 '배타적 애국주의'로 수렴되는 미국 내의 주류적 흐름에 맞서면서 일반에게 감춰진 미국의 참모습, 즉 국제사회의 '불량국가(rogue state)' 미국이자행한 '범죄'들을 낱낱이 들춰냈다. 그는 특히 "9.11 테러의 사상자 수가 1998년 8년 (미국이 자행한) 수단의 알시파 의약품 공장 폭격 결과와 비슷할지 모른다"는 말로 엄청난 여론의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촘스키에 따르면 알시파 폭격은 미국의 '테러 일지'에서 한 쪽 분량도 되지 않는다. 일지는 1985년 레이건 행정부의 베이루트 폭파사건, 15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이라크 침공, 터키의 쿠르드족 진압 지원, 과테말라 민주정부 전복 등 굵직한 테러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응에도 예의주시, "미국 정부는 (9.11 테러를) 자체의 문제들을 밀어붙이기 위한 기회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현재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제를 포함한 군사주의, 사회 민주적 프로그램의 후퇴, 기업의 세계화 또는 환경문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 부의 소수집중을 강화하는 조치의 제도화(예를 들면 법인세 철폐) 등 주요 사안에 대한 공공의 토론과 항의를 제거하기 위해 사회를 조직화하려 한다"는 것이다.(46쪽) 9.11 테러에 대한 미국의 무력 대응과 이를 부추기는 언론, 이에 영합하는 지식인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으며, 미국 정부의 대외 정책에 대한 촘스키의 비판적 관점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원제 '9-11'. 박행웅ㆍ이종삼옮김. 192쪽. 8천900원.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