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 핵심부서 직원들은 라이벌社 카드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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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회사 카드는 안 써','골드보다 일반카드가 더 좋아'
경쟁이 치열한 신용카드 시장에서 갖가지 이색적인 장면들이 벌어지고 있다.
처음 소식을 접할 땐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기획실 상품개발실 등 카드회사의 핵심부서 직원들은 자사카드를 잘 쓰지 않는다.
이들은 다른 회사카드,특히 라이벌관계에 있는 회사의 카드를 많이 쓴다.
그것도 우수회원에 들 정도로 아주 열심히 사용한다.
회원에게 발송되는 DM 등 우편물이나 메일을 통해 경쟁사가 어떤 서비스를 도입했는지,무슨 마케팅전략을 구사하는지 정탐하기 위해서다.
대개 과장은 A사 카드,대리는 B사 카드,사원은 C사 카드 등으로 역할분담을 하게 된다.
심지어 한 사람이 총대를 메고 경쟁사 카드를 모두 발급받아 번갈아 사용하며 첩보전에 임하기도 한다.
또 카드회사 직원중에는 골드카드보다 일반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도 많다.
최대의 호황기를 맞아 많은 보너스를 받고 있는 카드사 직원들의 신용도가 낮아서가 아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신청만 하면 길거리모집에서도 골드카드를 쉽게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연회비가 비싼 카드를 쓸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골드카드와 일반카드의 차이점은 사용한도 외에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연회비는 일반카드가 5천원이지만 골드카드는 1만원의 기본 연회비에다 서비스에 따라 5천∼1만원의 특별연회비가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카드회사들이 우량회원을 분류하는 기준도 상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소득수준이나 직업의 전문성 자산규모 등과는 큰 관련이 없다.
카드를 많이 쓰고 연체 없이 잘 갚는 고객이 VIP대접을 받는다.
고급카드를 지향하는 한 카드회사에서는 얼마전 대학병원 레지던트와 인턴을 수련기간이 끝나면 근무처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무더기로 회원 심사에서 탈락시켰다.
레지던트가 졸지에 신용불량자로 몰린 셈이다.
신청서를 받아온 영업사원은 회사의 방침에 열받아서 사표를 냈다는 후문.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