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종이부족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종이부족으로 학생들의 교과서가 원만히 공급되지 못해 몇년씩 대물림하거나 한 권을 여러 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90년대 중반에는 제지공장들이 정상가동을 못해 출판물 가운데 3분의 1만 발간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요 제지공장은 길주펄프종합공장(함북 길주군)을 비롯해 회령크라프트지공장(함북 회령시), 회령제지공장("), 신의주 펄프공장(평북 신의주시), 신의주화학섬유연합기업소 제지직장("), 121호공장(평남 안주시), 혜산제지연합기업소(량강도 혜산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밖에 중소규모 공장으로 락랑제지(평양시), 평천제지("), 순천종이(평남 순천시), 신포종이(함남 신포시), 단천종이(함남 단천시), 개성제지(개성시) 등이 있다. 펄프류는 길주펄프종합공장 등에서 연산 35만9천t 가량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종이 생산능력은 신문용지 8만4천t, 인쇄용지 6만2천t, 판지 4만5천t, 크라프트지 4만t, 기타 3만8천500t 등 27만t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원료인 목재, 화공약품, 연료 등의 부족으로 생산량은 수요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종이증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월 평양에서 조선과학기술총연맹 중앙위원회 주최로 열린「전국 종이생산부문 과학기술성과 전시회 및 경험발표회」도 그같은 노력의 일한으로 볼 수 있다. 이 전시회에는 각 공장ㆍ기업소 및 과학연구기관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생산한 필기용 종이, 인쇄용 종이를 비롯한 다양한 종이들이 출품됐다. 이와 함께 새로 생산한 종이의 원료와 생산방법, 제조기술, 원가절감 및 품질개선 방안 등이 소개되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북한지역에서 나는 여러 가지 식물들을 종이원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옥수수 껍질이나 볏짚, 보릿짚은 물론 타래붓꽃, 억새, 아들메기(볏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 등의 잡풀을 이용해 종이를 생산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90년대 중반 식물학연구소에서 이같은 식물을 이용해 종이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지방공장들에 보급했는데 이들 잡풀 30만t은 60만㎥의 펄프용 목재에 해당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타래붓꽃은 심은지 3년이면 정보당 10t의 마른 짚을 얻을 수 있고 이를 이용해 2.5∼3t의 종이를 생산할 수 있으며 1년생 초본식물 양마는 2t에서 종이 1t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최근호(10.20)에 따르면 내각 과학원 종이공학연구소에서는 최근 볏짚과 보릿짚, 무궁화삼 등 한해살이 식물들에서 섬유소는 분해하지 않고 `리그닌'(木質素)만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활성이 높은 미생물을 찾아내는데 성공해 연료를 절감하고 환경보호에 좋은 미생물에 의한 종이생산방법을 개발했다. 나아가 종이공학연구소와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펄프종이공학 강좌 교원들은 북한지역에 있는 흔한 원료로 질 좋은 종이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한 결과 최근 모든 나무를 갖고 종이를 생산할 수 있는 `열화학 파쇄 펄프생산공정'을 121호 종이공장에 건립했다. 펄프 생산을 위한 나무심기와 나무육종 연구사업도 주력하고 있다. 북한은 종이생산에 좋은 사시나무, 미루나무 등을 많이 심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산림과학원에서는 해발 400∼500m의 산간지대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산지성 뽀뿌라(미루)나무'와 영하 수십도를 오르내리는 북부 고산지대를 비롯하여 북한 전역에서 자랄 수 있는 새로운 버드나무를 육종해 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한의 종이 질은 매우 낮은 수준에 처해있다. 한편 북한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폐지 수거운동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동ㆍ리(里)마다 구매소를 설치해 수매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두환기자 d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