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어 세계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강력 비판해 '보신탕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AP, AFP 등 전세계 주요 통신이 "한국내 동물보호에 '개입'했다"는 FIFA의 일방적 발표 내용을 타전한 데 이어 영국 BBC 방송 등 일부 언론은 개고기 관련 특집 기사를 내보내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BBC를 비롯한 유럽 언론들은 'FIFA, 한국에 보신탕 경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제프 블래터 회장을 비롯한 FIFA 간부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싣고 개를 먹는 한국사회의 `후진성'을 집중 부각시켰다. BBC는 특히 "한국에서 개는 아직 먹는 데 주로 사용된다"고 전제한 뒤 "한국의 개들은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사육된 뒤 고기 육질을 고려해 숨이 끊어질 때까지 몽둥이와 전기충격기로 두드려 맞는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아스 헤렌 FIFA 대변인은 이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로 미국과 영국의 동물애호가들로부터 항의 편지를 많이 받는다"면서 "한국 정부가 '88서울올림픽 때처럼 보신탕 단속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고양이 학대까지 금지했으면 한다"고 말해 한국인이 고양이도 먹는 듯한 인상을 짙게 풍겼다. 블래터 회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월드컵은 한국이 국제여론에도 반응하는 나라임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마치 한국이 국제사회에 무관심한 후진국인 듯한 발언을 해 말썽의 소지가 되고 있다. 그러나 FIFA의 일방적 발표에서 촉발된 '개고기 파문'과 관련해 정작 한국월드컵조직위는 아무런 대응도 마련치 않고 있어 '무관심 외교'로 사태가 확산된 뒤 큰 불을 꺼야하는 상황을 자초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직위의 한 국장은 "서울올림픽 때도 있었던 일이라서 FIFA에 얘기할 사안이 아니라는 게 자체 판단"이라며 "잠시 시끄럽다가 시간이 흐르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경주용 사냥개가 한국의 식용견보다 더 참혹하게 죽어가고 있다"며 서구사회의 이중성을 거론한 뒤 "FIFA가 월드컵 공동개최국의 위신도 고려하지 않고 이처럼 공개적으로 국제망신을 시키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