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내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상대방이 못해서 이기는 경우가 많다.” 한 정치인은 유권자의 선택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외국인의 국내증시 매수우위가 ‘덜 나쁜 선택’이라는 이 말을 연상케 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0일을 제외하고는 지난달 28일 이후 꾸준히 거래소에서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에서는 지난달 27일 이후 연일 매수 기조다. 외국인은 왜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가. 국내 경제 사정이 좋아질 기미가 보인다는 보고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런데 다른나라의 형편은 더 안좋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아시아의 네마리 용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지킬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마이너스 성장, 혹은 외환위기가 우려되는 다른 나라보다는 우리나라 사정이 그나마 더 좋을 것이라는 예상이 외국인 투자자들 불러들이고 있다.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외국 투자자들은 ‘차악’을 택했다. 그러나 이같은 상승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선거판에서는 모든 후보가 함량미달일지라도 반드시 승자가 있게 마련이다. 주식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주식을 대체할 투자대상은 많으며 모두 맘에 안들 경우 투자 자체를 유보할 수도 있다. 펀더멘털에 기초하지 않는 외국인 매수세는 불안하다. 실제로 지난 1월과 5월 외국인 매수세에 의한 랠리가 있었지만 그 랠리가 끝나자 주가는 고스란히 랠리 이전으로 복귀했다. 종합주가지수는 24일 540선을 회복했고 삼성전자도 18만원대로 올라서 테러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감으로써 저가메리트도 상당부분 빛이 바랬다. 증권사 관계자들도 현재의 주가 상승은 한계에 닿았다고 보고 있다. 이윤학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540~550 수준이 꼭지가 될 것”이라며 “향후 지수는 하방경직성을 보일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황상혁 KGI증권 선임연구원은 “지금은 테러 직전 수준, 혹은 1월이나 5월보다 기업 실적을 비롯한 경기 상황이 더 나쁘다”며 “당분간 주가가 당시 수준을 상회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정환 SK증원 연구원은 “개인과 외국인이 매물을 주고 받으며 지수가 상승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외국인의 일방적인 견인은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지수의 추가 상승이 어려운 만큼 지수 관련주에 대한 투자는 거둬들일 때가 됐다. 변동이 심하지 않지만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는 주식을 돌아봐야 할 때다. 이윤학 연구위원은 “다음달부터 투입될 6,000억원 규모의 국민연금이 중소형주에 투자될 가능성이 크다”며 실적 우량 중소형주를 투자 대안으로 권했다. 그는 또 “연말을 앞두고 고배당주들이 각광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선거와 주식의 공통점이 있긴 하다. 둘 다 ‘선택’이 그만큼 중요하며 그 선택으로 인한 손익은 어떤 식으로든 되돌아온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