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부가가치 높은 개발사업은 포기해야겠어요. 튀면 죽이는 분위기 아닌가요" 일전에 만난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업자)의 짧고 깊은 탄식이었다. 분당 백궁·정자지구 특혜의혹 논란이 파장을 일으키자 의혹의 당사자 못지않게 충격을 받은 쪽은 디벨로퍼들인 듯하다. 만나는 디벨로퍼마다 하나같이 "이제 겨우 꽃을 피우기 시작한 부동산개발업이 의혹사건에 떠밀려 퇴보하게 됐다"며 걱정이었다. 그들은 자신에게도 의혹의 시선이 쏟아질 것을 의식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이 각종 인허가를 특혜시비에 휘말릴까 차일피일 미루다가 개발사업이 물건너가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더욱 걱정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버려진 땅을 '기회의 땅'으로 바꿔놓는 그들이 설땅을 잃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걱정대로라면 특혜의혹사건의 불똥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참에 특혜의혹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지 나름대로 '감상법'을 터득해두는게 좋을것 같다. 특혜의혹 감상법의 첫번째 단계는 어떤 사안이 의혹의 대상이 되는가 가려내는 일이다. 우선 특혜 시비는 1백41조원이 넘는 돈(공적자금)을 지원해 줘도 법적으로 특혜를 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은 의혹의 대상이 아니다. 빌린 돈과 이자를 당장 안갚아도 되는 혜택을 주는 법정관리결정이나 각종 조세감면제도의 경우도 비슷한 케이스다. 법을 어기고 혜택을 준 경우는 처벌의 대상이 될지언정 의혹거리는 못된다. 반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특혜의혹 사건은 대개 적법과 불법의 사이를 넘나드는 선상에 놓이게 마련이다. 인허가 사항일 경우 해당 관청의 재량권이 정도를 넘어섰는지 여부가 도마위에 오른다. 따라서 규정이 명확하지 않거나 고위공직자에게 재량권이 많이 주어진 사안일수록 의혹을 낳을 확률이 높다. 유독 건설사업에 특혜의혹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의혹 사건이 어떠한 시기에 집중되는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개 힘의 균형이 깨질 때 의혹사건이 잦다. 정권의 지지도가 떨어질 때일수록 의혹 사건의 파괴력이 크기 때문이다. 요즘과 같이 보궐선거를 코 앞에 두고 정기국회가 열렸을 때는 그 파장은 극대화된다. 제 1야당이 국회의 과반수에서 3석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3곳에서 보궐선거가 열리는 국면에선 더욱 그럴 만하다. 정권말기나 정권교체기엔 의혹사건이 늘어나 특정 정권과 더불어 번창하던 기업이 어려움을 겪곤 한다. 앨빈 토플러가 "기업은 정치권과 깊숙이 손잡아선 안된다"고 경고한 것도 동서고금의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것임이 분명하다. 특혜의혹이 왜 제기되었는지를 간파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적 목적이 분명하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거나 그보다 더 좋은 미끼를 발견하는 순간 의혹의 '약발'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의혹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큰 사건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때론 모든 베일이 벗겨질 때까지 집요한 여론의 추적을 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혜택을 준 측이 대가를 받았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포착되면 특혜로 판명된다. 그 이전에는 법적으론 단순한 의혹일 뿐이다. 분당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 특혜의혹도 이러한 분석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같다. 하지만 디벨로퍼들의 탄식을 떠올리면 이번 특혜의혹이 업계와 수요자들에게 미칠 여파를 과소평가하기는 어렵다. 자칫 특혜의혹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까닭이다. 지난 외환위기 때 정치가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soosu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