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최근 국내 기업의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여전히 '잘 나가는' 국산 제품들이 많아 눈길을 끌고 있다. 벽걸이형 TV, 지펠.디오스 냉장고, 싼타페, 정관장, 로만손 등 명품의 반열에 올라선 제품들이 그것. 벽걸이형 TV로 불리는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TV는 국내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이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실례로 LG전자가 만드는 60인치 PDP TV 'X-캔버스'는 국내보다 미국에서 훨씬 비싼 값에 팔린다. 국내 판매가는 약 1천8백만원이지만 미국에서는 두배인 3천6백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LG전자가 자사의 제품을 미국에서 비싸게 팔 수 있는 이유는 60인치급 PDP TV 시장에서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제품은 세계적 명품만을 파는 영국 왕실 전용 백화점인 해롯백화점에도 조만간 입점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해롯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국산품의 수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라며 "해롯 입점으로 세계 명품이라는 보증수표를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형 냉장고 시장에서도 외국 고가품에 견줄만한 국산품들이 있다. 삼성전자의 지펠과 LG전자의 디오스가 대표적인 제품. 양문 여닫이형 냉장고 시장은 불과 4~5년 전만 해도 제너럴일렉트릭(GE) 월풀 등 외국산 제품의 독무대였지만 지난 97년 지펠과 디오스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외국산 대형 냉장고는 국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현재는 삼성과 LG 두 회사가 국내 양문 여닫이형 냉장고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가 개발한 '인터넷 냉장고'는 1천만원대의 고가품이지만 해외에서 인기가 더 높다. 현대자동차의 4륜구동 '싼타페'는 국내외 시장에서 공급량이 달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싼타페는 미국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소형 SUV(스포츠형 다목적 차량)부문 1위에 오르는 등 호평을 얻고 있다. 싼타페(2만2백94달러)는 특히 강력한 경쟁모델인 혼다의 CR-V(2만3백90달러)와의 가격 차이가 96달러(0.5%)에 불과할 정도로 고급차 이미지 심기에 성공했다. 올해 산업자원부로부터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된 한국인삼공사의 홍삼 브랜드 '정관장'도 해외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제품이다. 해외에서 인기가 워낙 좋다 보니 정관장을 흉내낸 모조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홍콩에서는 제품을 빼고 남은 빈통까지도 비싼 값에 거래될 정도다. 정관장의 연간 수출 실적은 5천만달러에 달하며 1등급인 정관장 천삼 제품은 예약을 하고도 몇개월씩 기다려야 구할 수 있다는게 인삼공사측의 설명이다. 시계 생산업체인 로만손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기업이다. 중소기업들은 흔히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로만손은 처음부터 이를 마다하고 자체 브랜드 수출을 고집해 왔다.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나선 로만손은 지난 98년 세계 최초로 보석 느낌을 주는 커팅 글래스 시계를 선보인데 이어 부식 방지 기능을 지닌 MPG 도금 시계도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로만손은 올 상반기에만 세계 62개국에 1백40억원어치의 시계를 수출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 수석연구원은 "수출환경이 아무리 어려워도 코리안 명품은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일등상품 개발이 수출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핵심 열쇠"라고 강조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