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닷새 내리 미끄럼을 탔다. 확전 및 보복테러 우려감이 수그러들고 국내외 주가상승,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 등 외환시장을 둘러싼 주변 여건이 원화에 힘을 추가로 불어넣었다. 최근의 '상승출발 뒤 개장가를 고점으로 하락반전' 모양새는 이날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국내외 증시와 외국인 매매동향의 향방이 환율의 추가 하락 여부에 중요하게 다가서 있는 가운데 1,300원 하향 돌파를 위한 시도가 예상된다. 다만 1,300원 아래서의 역외매수 재개와 저가매수세,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이 예상되는 시점이라는 점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4.70원 낮은 1,302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1일 1,300원에 마감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닷새동안 10원이상 내렸다. ◆ 추가 하락 여지를 남긴 채 = 주말을 앞둔 12일 거래에서 중요한 점은 밤새 뉴욕 증시의 동향과 이에 따른 달러/엔 환율, 그리고 국내 주가와 외국인 매매동향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진다. 이날까지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이레째 이어졌고 주가의 상승세가 예상된다는 측면에서 환율은 추가 하락을 꾀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1,300원대 하향 돌파를 다음날엔 시도해 볼만한 타이밍이다. 시장에는 여전히 '고점매도-저점매수'가 유효하다는 입장이며 당국의 국책은행을 통한 제한된 환율 레벨 조절의 기미도 간간히 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약보합국면을 전환할만한 모멘텀이 없다"며 "내일도 주식순매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1,298원까지 내려설 가능성이 있으며 위로는 1,303원 정도를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내일은 주말이라 정유사의 수요와 업체의 네고물량 유입이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주가, 외국인매매를 감안하면 1,300원 하향돌파를 위한 테스트가 있을 것"이라며 "시장 자체의 메카니즘에 의한 급등락은 어려운 형편이며 내일 마감가가 1,300원 위냐 아래냐에 따라 향후 전망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어 "내일 거래는 일단 1,298∼1,303원으로 보이나 달러/엔이 오르고 나스닥이 반락하면 이보다 2원 정도씩 오른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하락이 '편하다' = 미국의 공습에 대한 확전과 추가 테러의 불안은 뒤로 제껴놓은 상태다. 상승반전을 기대하는 심리는 고개를 숙였고 수출 감소세 지속 등의 국내 변수는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최근 환율 하락세는 달러매수세가 사그러들고 '달러매도'가 편하다는 시장 참가자들의 입장을 여실히 대변한다. 특히 환율 상승을 이끌던 역외세력이 NDF나 국내 시장에서 매수에 대한 입질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일단은 매수 주체가 눈에 띠지 않고 있다. 이날도 역외세력의 NDF정산관련 매수세가 강하지 않아 역내은행권의 매도물량이 약간의 우위를 보였다. 업체들은 네고물량을 꾸준히 내놓고 있으며 환율 하락을 받아들였다. 정유사 등의 수입업체 결제수요는 1,301∼1,302원에서 꾸준히 유입돼 환율 하락을 제한했다. 전체적으로 조금 공급이 앞섰으나 시장은 그리 무겁지 않으며 매수세의 약화가 시장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업체의 실수보다는 은행간 거래에 의한 유동성 공급측면이 강하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장중 변동성이 위축된 채 반등 기대감이 희석되고 있는 측면이 달러/원의 하락을 부추겼다. 전날 뉴욕 증시의 반등과 8월 도매재고지수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 소폭 올라 120.32엔에 마감한 달러/엔은 이날 대체로 120.20∼120.30엔 범위를 거닐었다. 오후 4시 57분 현재 소폭 되오르며 120.40엔을 기록중이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80원 높은 1,307.50원에 출발한 환율은 바로 다음거래가 1,304원에 체결되며 하락세로 돌아 레벨을 낮추며 10시경 1,302.90원까지 내렸다. 밤새 역외선물환(NDF) 시장 달러/원 환율은 하락세를 띠며 주로 1,307.50원에 체결됐으며 1,307/1,308원에 마감했다. 국내시장의 하락세가 NDF시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양상. 이후 환율은 1,303원선 흐름을 유지했으나 추가 물량 공급으로 11시 24분경 1,302.40원까지 저점을 거듭 낮춘 뒤 1,302.7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내린 1,302.6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오전의 하락세를 이으며 1시 42분경 1,302.10원까지 내린 뒤 1,302원선 초반에서 한동안 거래됐다. 추가 물량 공급으로 2시 35분경 1,301.60원을 저점으로 재등록한 환율은 달러/엔 소폭 반등과 달러매도초과(숏) 상태인 일부 은행권의 달러되사기(숏커버)에 힘입어 3시 33분경 1,304원까지 되오르기도 했다. 이후 환율은 1,302∼1,303원을 오가다 장 막판 1,301원선으로 다시 거래범위를 내렸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307.50원, 저점은 1,301.60원으로 변동폭은 5.90원이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나흘만에 1,000억원이 넘는 주식순매수로 환율 하락세를 적극 유도했다. 외국인은 이날 장중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1,567억원, 228억원의 주식순매수를 보여 이레째 순매수가도를 달린데다 지난 8월 1일 2,376억원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주가도 전날보다 13.59포인트, 2.70% 오른 517.05를 기록, 환율 하락에 가세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6억9,49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1억3,24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3,200만달러, 1억9,930만달러가 거래됐다. 12일 기준환율은 1,302.80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이달 들어 10일 현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6% 감소한 21억9,200만달러, 수입은 24.3% 준 35억4,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13억5,6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