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장을 이용한 사기대출로 금융당국의 눈을 피해 해외 비밀금융조직인 BFC에 수천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대우 전직 고위임원 등 5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 이 과정에 외국기업이 연루된 의혹이 있다며 예금보험공사가 이례적으로 외국기업에 대해 수사를 의뢰, 검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대검 중수부(유창종 검사장)는 5일 무역거래를 가장, 은행으로부터 신용장을 발급받은 뒤 이를 외국기업에 담보로 제출, 1억5천만달러(1천950억원)를 대출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대우그룹 전 기획조정실장 서모(65)씨 등 2명을 불구속기소하고 대우 분식회계 사건으로 항소심에 계류중인 강병호(58) 전 ㈜대우 사장 등 전직 임원 3명도 같은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김우중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94년 7월 일본기업인 N상사로부터 BFC 운영자금으로 1억5천만달러를 차입하면서 "자동차부품 구입용"이라고속여 J은행 뉴욕지점에서 발급받은 지급보증 신용장을 담보로 제공한 혐의다. 보증신용장은 금융이나 용역계약에 대한 지급보증에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무역거래에서 선적서류 없이 확인서나 진술서만으로도 발급받을 수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거액대출 사실을 숨기려 신용장의 지급보증 한도를 전체 대출금의 1회(3개월 기준) 상환 원리금 1천150만달러만 기재하는 수법으로 지급보증을 3개월마다 연장받는 등 지급보증 한도를 속이고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우 홍콩법인을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예보는 지난 5월 이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면서 N상사도 사전공모한 의혹이 있다며 함께 수사의뢰했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인이 국내인에게 피해를 줬다면 원칙적으로 수사가 가능하다"며 "그러나 구체적인 물증이 없어 김우중 전 회장이 귀국하면 본격 조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N상사는 대우 워크아웃으로 대출금 상환이 중단되자 지급보증을 한 J은행을 미국 법원에 제소, 1심에서 승소했고 이 판결이 확정되면 J은행 해외매각 조건에 따라예보가 1천200억원 가량을 대신 물어줘야 한다. se@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세용.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