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고 내놓는 벤처기업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경영난이 심화되고 자금줄마저 막히면서 도저히 기업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경영인들이 기업을 싼 값에라도 처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인수합병중개회사(M&A부티크)나 컨설팅업체에는 기업매각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9일 벤처업계 및 M&A 업계에 따르면 매물로 나온 벤처기업이 줄잡아 3천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M&A 컨설팅업체인 ACPC 남강욱 부사장은 "현재 벤처기업으로 정식 등록된 1만여개 기업의 20% 가량이 M&A 시장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잠재적인 매물과 아직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지 못한 모험기업까지 합치면 최소 3천여개 이상의 '실질적인' 벤처기업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년새 거의 3배로 늘어난 것이다. 대표적인 M&A 업체들은 10∼20건가량의 매물을 갖고 있으며 월 평균 10여건 이상의 기업매각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M&A 관계자들은 밝힌다. 벤처기업 매물은 M&A의 특성상 지인(知人)을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실제 매물은 이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량한 벤처기업이나 중견기업에도 기업매수 의사를 타진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기업매물은 정보통신을 비롯해 바이오 환경 의료장비 인터넷콘텐츠 등 업종 구분 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이 기업매각 의뢰가 폭주하고 있는 것은 △자금젖줄 역할을 하던 코스닥등록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데다 △빈약한 수익모델 △내수경기 침체 △정보기술산업의 급속한 냉각 등이 겹친데 따른 것이다. 서학수 마일스톤벤처투자 사장은 "기업 매물이 폭주하고 있으나 우량한 극소수 제조업체를 제외하고는 거들떠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M&A로 나온 매물중 실제 인수합병이 성사되는 경우는 미미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청 벤처정책과 송재빈 과장은 "인수의사가 있는 기업주들조차 M&A에 대한 사회 일반의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M&A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벤처기업간 주식 맞교환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