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반도 서안,멕시코만,남아프리카 서해안,일본 남해안은 세계에서 적조(赤潮)현상이 잦은 곳으로 이름나 있다. 리아스식 해안과 많은 섬들로 반쯤 폐쇄된 해역을 이룬 한국 남해안도 예외는 아니다. 기록을 보면 적조는 아주 옛날부터 발생했다. '삼국사기' 선덕여왕조에는 '동해의 물이 붉고 뜨거워져 고기들이 죽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조선왕조실록'에도 1403년 고성 거제연안 및 진해만 일대,1412년 순천연안,1423년 거제도연안에서 해수가 적색으로 변하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국립수산진흥원의 기록으로는 1961년 진동만 적조발생이 처음이다. 70년대 중반까지는 진해만 일원 등 좁은 해역에서 단기성 적조가 발생했으나 81년부터는 장기성 적조로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95년에는 경남 통영해역에서 발생한뒤 남해안 전역과 포항등 동해 남부까지 확산돼 일대를 죽음의 바다로 만들었다. 가두리양식을 해오던 어민들이 7백60여억원의 큰 피해를 본 것도 이때다. 적조현상은 해수의 온도가 급상승해 동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가 일시에 죽어버릴때 해수가 붉게 물드는 것을 말하는데 일단 적조가 생기기 시작하면 산소결핍으로 어패류가 전멸한다. 장마뒤 육지에서 흘러든 산업폐수와 생활하수로 바다가 오염된 상태에서 폭염과 무풍상태가 계속되고 조류가 움직이지 않을 때 일어나는 기현상이다. 지난주 전남 고흥군 남단해역에 올해 첫 적조경보가 발령된후 경남 남해 해역까지 적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95년 된서리를 맞은 뒤 어민의 노력으로 피해를 줄여오고 있지만 아직 황토를 뿌리는 것 외에는 속수무책이다. 선진국에서는 초음파처리법,오존처리법, 천적이나 미생물에 의한 방제법 등을 쓴다지만 당국은 아직 연구중인지 경보를 내보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옛날엔 천재로 여겼던 적조가 최근 5년간 연례행사가 된 것은 환경오염이란 인재가 겹친 탓이다. 남해안의 환경기초시설 확충이나 어장정화,오염퇴적물 준설 등이 더 시급한 적조방제대책일지도 모른다.